[시론]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시론]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강상규 미주리웨스턴주립대 경영대학 재무조교수
2009.08.21 09:00

최근에 발표된 일련의 경기 지표들을 보면 미국 경제가 드디어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주택 가격의 급락세가 멈추고, 주택 판매가 늘기 시작했으며, 실업률 증가세가 일단 멈추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일부에선 미국 경제가 이미 올 여름에 침체에서 벗어났으며 올 3분기부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 미대통령도 최근 한 선거 유세장에서 "침체의 끝이 보인다"며 "(자신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외쳤다. 그의 말은 비평가들을 향해 "그래도 내가 틀렸냐"라고 일갈하는 것처럼 들렸다.

비평가들에겐, 오바마의 경제 정책이 성공하면 안되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아니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오바마는 사회주의자(socialist)이고 좌익(left-wing)이며 반시장주의자(anti-free-market)이기 때문이다. 그런 비평가들에게 미국 경제가 오바마 정부 하에서 소생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본주의 실패와 사회주의 부활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무너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사회주의 경제 정책으로 회복시켰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경제 이념의 실패라는 의견에 적극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야전사령관 격이었던 그린스펀(Greenspan) FRB 전의장도 청문회에서 자신의 믿음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지난 40년간 축적된……(경제) 이론이 실패했다. ……틀렸다" ……지금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자들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은 오바마의 경제 정책을 자본주의(capitalism)가 아닌 유럽식 사회주의(socialism)라고 맹비난한다. 심지어 그의 이념을 마르크스 공산주의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평가의 말대로라면 오바마 정부는 사회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당연히 실패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경제 지표가 나타내듯이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오바마를 공격하기 위해 붙인 '사회주의자'란 말이 비평가들에게 오히려 큰 혹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경제 정책이 성공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보수주의 패배와 진보주의 승리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진보주의(liberalism)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의료보험 분야 등으로 그 입지가 확대될 것이다. 반대로 보수주의(conservatism)는 그 목소리가 약화될 것이다

오바마의 진보적인 정치 철학은 그의 저서 곳곳에 잘 나타나 있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직업을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에 가고자하는 이들은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대학 진학이 포기되선 않되며, 아픈 이유로 인해 개인이 파산에 빠져선 않된다”

비평가들은 오바마를 진보주의자(liberalist)란 표현도 부족해 지금까지 가장 좌익(left-wing)에 치우친 정치가라고 말한다. 심지어 요즘 한참 논란중인 의료보험 개혁안에 반대하면서 그를 나치의 히틀러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

'사회주의자'란 별명과 마찬가지로 '좌익'이란 용어도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하게 되면 비평가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어떻게 진보주의자 나아가 좌익이 내세운 정책이 성공한단 말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장 자율 후퇴와 정부 간섭 확대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책임 있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념이 다시금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능력 있는 정부 관료들의 적극적인 간섭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율 시장(free market) 지상주의는 그 절대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비평가들은 오바마 정부가 시장 자율 기능을 저해하고 정부 기능과 책임을 크게 확대한다고 비난한다. 심지어 정부가 '빅 브라더(Big Brother)'처럼 국민의 경제생활 전부에 대해 간섭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엔 정부가 이제 자동차 회사의 소유주가 되었다고 비난한다. 한 금융회사의 CEO는 공적 자금(TARP)을 받은 것을 크게 후회한다며 하루속히 갚아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겠노라고 말한다.

시장의 자율 기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이념의 신봉자들에겐 오바마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악(惡)'으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정책 덕분에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회복하게 된다면, 신자유주의자들은 난감해 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 경제 정책 성공 기대

최근에 발표된 여러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곤 있지만, 아직도 자신있게 말하기엔 충분하진 않다. 경제학자들 중엔 미국 경제가 '더블 딥(Double Dip)' 혹은 W자형의 침체에 다시 빠지게 될 것으로 경고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가 결국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미국 국민들도 올 봄과 같은 높은 지지를 계속 보여주고 있지 않다. 가장 최근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의 지지도는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핵심 정책인 경제, 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의 지지도 하락이 계속되면 그의 정책 성공 가능성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만일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위에서 말한 내용들은 허무한 상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사회주의적 정책은 향후 언급조차 불가능해지고, 자율 시장의 권위가 더욱 강화되고, 정부의 무능과 실패를 지적하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그러면 오바마 비평가들은 "그것 봐라, 오바마는 실패한다고 했지"라며 의기양양한 전장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경제 정책이 실패하면,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보다 더 심한 침체에 빠지게 되고 아마도 장기간 헤어나오기 힘들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사회주의' '좌익' '반시장주의' 등 비평가들이 뭐라 말하든간에 오바마 경제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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