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정책, 장외시장 중심으로..IB 업무 확대 계기
이 기사는 09월09일(21:2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채권거래 전용 메신저 개발은 단순히 장외 전자거래시스템(ATS) 도입을 위한 전 단계로만 볼 수 없다. 사설 메신저, 전화에 의존한 기존 채권 거래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채권 거래의 장내 유도 논란도 마침표를 찍는다. 장외 거래가 80% 이상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금융감독당국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채권 거래 전용 메신저가 활성화되면 각각의 투자은행은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거래소 기능을 일부 나눠 갖게 된다. 다만 청산과 결제 기능까지 수행할 수는 없다. 해외 선진국과 같은 ATS가 나오기 위해서는 별도의 거래소 설립이 허용돼야 한다.
◇ 채권시장 정책, 장내에서 장외로 중심 이동
ATS도입을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KRX)간의 장외 채권시장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코스닥을 거래소에 넘겨준 마당에 장외 채권시장까지 거래소에 뺏길 수 없다는 금융투자협회의 생각이 ATS 도입으로 진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ATS 도입의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다. 사설 메신저에 의존해 수백억원 어치의 채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은 국내 채권시장의 위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 전용 메신저는 ATS 도입을 위해 거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거래소와 비슷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유사매매 시스템'으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복수 거래소 설립에 관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됐지만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본안 심사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국회의원들과 금융위원회는 복수 거래소 허용에 대한 근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허용 시기는 늦추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채권 ATS 도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채권 전용 메신저 도입은 향후 채권시장 정책이 장외 채권거래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국채시장 만큼은 장내 거래로 유도해야 한다는 KRX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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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거래 관행 바뀐다
채권 전용 메신저가 도입되면 사설 메신저와 전화 위주로 거래 관행이 바뀌면서 '거래 투명성' 논란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발전 속도와 질적 개선에 비해 사설 메신저 거래 관행 때문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채권 전용 메신저로 호가가 집중되면 거래 유동성이 확보되고 소문에 의한 채권 금리의 변동성 확대도 줄어들 게 된다. 유동성이 늘면 거래 수수료도 낮아질 것이다. 수수료는 채권 중개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지만 늘어난 거래를 통해 보충할 수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TS가 발전하게 된 이유는 거래 비용의 최소화, 최선의 거래 방법 구현, 시간외 거래 및 투자자의 익명성 보장, 대량 주문시 시장충격 방지, 투자자 간 직거래 확대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채권전용 메신저가 자리를 잡으면 본격적인 채권 ATS 도입을 위한 복수 거래소 허용도 빨라질 수 있다. 복수 거래소 설립은 채권 ATS에만 국한되긴 어렵다. 주식의 경우 해외와 마찬가지로 다크 풀(Dark Pool)이 나올 수 있다. 채권 전용 메신저가 증권사들의 IB 업무 확대를 이끄는 도구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는 이후 채권ATS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민간 주도로 넘기는 것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 시가평가 도입 당시 증권업협회가 시가 평가를 주도하고 민간 평가사들이 참여했다. 현재는 민간 평가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B들이 직접 ATS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형태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