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PAC 분석] ①합병 타깃영역 경쟁...후발상품 검증필요
현재 SPAC 시장의 마켓 리더는대우증권(61,100원 ▼800 -1.29%)이다. 이 증권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난해 12월12일 당일, 그린코리아SPAC이라는 상호로 설립 등기를 마쳤다. 시행령 통과를 2년여 기다린 끝에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쥐었다.
대우는 미국, 유럽에서 활용되는 SPAC을 국내에 알리고 규제 허용을 유도한 증권사다. 이 실무를 준비한 인물은 남기천 고유자산운용(PI) 본부장. 그는 자산운용 트레이더 시절 쌓은 감각을 살려 투자 레버리지를 높이면서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부서의 효율을 끌어올릴 SPAC에 주목했다.
SPAC 1호에 쏠린 시장의 관심을 반영한 듯 대우는 쟁쟁한 기관투자가를 설립주주로 끌어들였다. 산업은행과 사학연금, 그린손보, 신한캐피탈, KT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애로그래스 등 7개 금융관련 기업이다. 산업은행 출신 김재실 회장과 지성배 현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사내이사를 맡고, 이명박 대통령 조카인 이지형 씨가 사외이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첫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회사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8개 기관이 20억원 넘는 자본금을 댔고, 준 자본금이라고 할 전환사채(CB) 물량도 56억원에 달한다. 이러다보니 예상 공모 규모는 기본 요건(200억원)을 훌쩍 넘은 675억~875억원이다.
이 SPAC은 22~23일 공모청약을 실시하지만 시장이 유럽발 한파를 만나 성공 가능성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이 때문인지 대우는 개인(30%)보다 기관(70%) 배정 물량을 늘렸다. 개인은 200억~300억원, 나머지는 기관 몫이다. 첫 SPAC의 성공을 위해 프로페셔널 이너써클을 구성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공모에 성공해도 SPAC 규모가 커서 합병 부담이 있는 게 문제다. 공모금이 900억원이면 최소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대상 기업을 찾아야 한다.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산업군 법인 중 그만한 사이즈 찾을 수 있을 지가 미지수다.
대우가 이처럼 '기관형 SPAC'을 만들었다면 미래에셋증권은 '개인형'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제1호 SPAC은 내달 3일에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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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SPAC의 특징은 공모 규모를 최소 요건인 200억원으로 잡고, 그 중 절반을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한 것이다. 전체 규모가 작은 만큼 공모 성공 가능성이 높고 추후 합병 대상기업 풀(Pool)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모희망가는 가격 밴드를 설정하지 않은 1500원(액면가 500원) 단일가다. 3배수 모집이 개인 투자자에게는 임계치라는 자체 분석을 토대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그러나 그린코리아SPAC이 1000원짜리 주식을 2500~3500원에 모집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자산운용사로 성장한 미래에셋그룹은 개인 투자자에게 새 투자 상품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SPAC을 기획했다. 회사 운용비를 낮추려고 발기인(미래에셋증권, 안재홍, 김철우)을 줄였다. 대표이사 외에 임원진을 최소화해 합병 실패시 개인 투자자에 100% 원금 환급을 보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비용절감에 집착한 나머지 운용진의 네임밸류가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뒤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미래에셋 외 공동 발기인 없이 SPAC 전 과정을 운용하려는 계획도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제1호SPAC의 대표이사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의 안재홍 씨. 안 대표는 지난 1981년 KTB네트워크에서 시작해 한국IT벤처투자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쳤다.
미래에셋증권은 공모 규모가 작아 공동 발기인이 필요치 않고, SPAC은 성장성이 큰 벤처 기업을 합병 타깃으로 하는 만큼 본 목적에 적합한 소수의 경영진으로 운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동양종금증권(4,990원 ▲40 +0.81%)이 만드는 '동양밸류오션1호SPAC'은 대우와 미래의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3월 중 공모를 실시할 예정인 이 SPAC의 규모는 450억원. 액면가 500원 짜리 주식을 20배인 주당 1만원에 할증해 공모할 계획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외관상 공모가 배수가 높아 보이지만 기존 동양종금 외 발기인들도 주당 5000원에 주식을 취득해 실제 배수는 2배 수준이다. 주식수를 줄여 절세를 노린 구조다.
동양밸류오션1호SPAC의 공동 발기인은 과학기술인공제회와 매지링크, 아주IB투자, KT캐피탈 등 4개 기관이다. 설립 자본금 22억원 중 45.5%를 댄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주축으로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산업군의 기업을 찾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 SPAC도 그린코리아SPAC과 타깃 영역이 겹치고 KT캐피탈이 동시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게 문제로 지적된다. 성장성이 보장된 녹색 기업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 이 외에도 경쟁사와 발기인이 겹치는 실무적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SPAC 설립을 1년 이상 준비해온 선두주자들의 허점이 이처럼 적잖은데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지는 후발 상품은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이 삼일회계법인과 공동으로 '현대드림투게더SPAC'을 구성했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사는 물론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 등 IB 경험이 적은 중소형사도 SPAC 설립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SPAC은 사모펀드(PEF)에 출자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IPO와 M&A의 투자수익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는다. 그러나 누가 운용을 맡는가에 따라 수익률은 천지차이.
뮤추얼펀드에 투자할 때는 펀드매니저를,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는 운용역(GP)의 명성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SPAC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도 공모 성공 후 대상기업 합병에 실패하는 비율이 높을 때는 30%를 웃돌기도 한다.
강찬수 강앤컴퍼니 회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확실한 노하우 없이 '먼저 공모를 통해 자금부터 확보하자'는 식으로 SPAC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국내인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SPAC(NAIC)을 활용해 현지 퍼시픽시티금융그룹을 인수한 인물이다.
그는 "외형을 처음부터 크게 가져가는 구조보다는 작게 시작해 합병 대상을 정한 후 상황에 따라 증자에 나서는 SPAC이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