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대건설 매각자문 문제 없나

산은 현대건설 매각자문 문제 없나

배장호 기자
2010.08.19 10:36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주주에 회사 기밀 줄 수 없다"

더벨|이 기사는 08월12일(16:07)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8년 4월 한국산업은행(KDB)은 세계 2위권의 대형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 매각 자문사로 은행 내 M&A실과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예상 매각 가치가 6~8조원에 달할 정도의 초대형 딜이여서 매각 자문사 선정 결과에 국내는 물론 해외 IB시장의 눈과 귀가 쏠려 있었다.

글로벌 IB업계 `으뜸 중 으뜸`으로서 부러움과 시샘을 한몸에 받아온 골드만삭스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그저 그런 외국계 IB 중 하나였기에 당시 대우조선해양 매각 자문사로 낙점받은 소회는 남달랐다.

하지만 선택받은 기쁨은 채 한달을 가지 못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지면서 골드만삭스는 매각 작업에 착수해보기도 전에 대우조선해양 딜 주관을 포기해야 했다.

포기의 경위는 이랬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을 위협하는 중국을 배제해야 한다는 게 일단 대전제였다. 그래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 전부터 중국 조선회사는 입찰 참여 기회 자체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골드만삭스가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관사로 뽑히자, 기다렸다는 듯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사에 투자하고 있어 심각한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이 제보는 언론을 통해 여론화됐고, 부담을 느낀 산업은행은 급기야 골드만삭스에 대해 `이해상충 문제 발생시 무한책임을 진다`는 내용 자문 계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산업은행은 자문계약상 요구내용을 골드만삭스가 수용하지 않아 스스로 주관사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면책조항 없이 주관사의 무한책임을 지운 계약을 요구한 것 자체가 `산업은행이 골드만삭스를 내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봤다.

◇ 골드만삭스 내쳤던 KDB, 현대건설 주관사 내놓을 처지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때론 토끼잡던 사냥꾼과 사냥개의 처지가 바뀌기도 한다.

산업은행이 골드만삭스를 내친(?) 사건 이후 만 2년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산업은행이 `이해상충` 발목에 잡혀 대형 딜의 매각 자문을 포기할 뻔한 일이 벌어졌다.

외환은행 등현대건설(161,000원 ▲1,400 +0.88%)주주협회의는 지난달 현대건설 매각 주관사로 메릴린치와 산업은행·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와 매각 주관사들은 주관사 선정 직후 곧바로 킥오프 미팅을 갖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주관사들은 일단 지난주부터 현대건설 매각 가치 산정을 위한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현대건설 측이 매각 주관사 중 한곳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새 지배주주가 된다는 이유로 이들의 실사를 가로막은 것.

현대건설 매각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실사 돌입 당시, 현대건설측이 경쟁사인 대우건설의 대주주가 될 산업은행에 회사 기밀을 보여줄 수 없다며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중재로 실사 착수는 가능하게 됐지만, 향후 실사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우건설의 대주주(산업은행)에게 수주 노하우나 시공 노하우 등 회사 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보를 현대건설로부터 제공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산업은행은 2년전 대우조선해양 매각시 이해상충 문제를 들어 골드만삭스를 탈락시켰던 장본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직접 주체는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로서, 은행 내 M&A 자문 조직과 PEF 조직간에 엄격한 차이니스월(chinese wall)이 쳐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자문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며 "원활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위해 산업은행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장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 매각 자문사 선정 문제로 다시금 이해상충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 국내 IB 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예"라며 "적어도 공공 딜에 관한 한 보다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