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라고 날마다 최고 속도로 달리면 되겠습니까? 위험해서 안되죠. 오늘 배운 건 다 잊어버리더라도 '속도조절(절제)'만큼은 꼭 기억하고 돌아가세요."
지난 25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컨퍼런스룸. 한 외국계 증권사의 주식워런트증권(ELW) 교육세미나가 열렸다. 대학생부터 노부부까지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우고 강의에 열중했다.
홍콩 현지에서 온 세일즈 총괄대표는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페라리'를 탈 때처럼 때론 절제하고 때론 내달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LW 투자를 드림카 '페라리'에 빗대자 투자자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ELW 운용부장은 "ELW는 '삼성전자 주식을 나중에 얼마에 살 수 있다'고 적힌 하얀 종이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쉽게 설명했다. 노부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가 끝나자 사람들의 질문이 끊일 줄 몰랐다.
말미에 한 남성 투자자가 "ELW는 증권사가 돈 벌려고 만들어낸 시장이냐"고 물었다. 주식투자와 함께 병행하며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라는 애초 취지에 맞게 투자하는 이는 거의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운용부장은 "자식도 낳아 놓고 보니 뜻대로 안되지 않느냐"며 애둘러 답했다. 혹자는 ELW 같은 파생상품은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박'이 주는 달콤함에 눈이 머는 것은 한 순간이다.
'대박의 꿈'을 등에 업고 한국 ELW 시장은 5년만에 홍콩시장을 바짝 따라잡아 세계 2위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눈이 휘둥그레진 외국계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국내시장에 뛰어들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ELW 시장에 거는 기대는 이들이 투자자 교육에 들이는 공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교육과 규제를 강화하는 대안을 내놨지만 한번 생명력을 가진 시장을 제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LW는 이미 발행사, 유동성 공급자, 투자자, 스캘퍼가 얽히고 설켜 돌아가는 시장으로 살아 꿈틀대고 있다. 노부부가 노후자금을, 주부가 생활비를 아낀 돈을,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ELW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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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냉혹한 ELW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 안타깝게도 '공부'하고 '절제'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