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옵션폭탄에 이어진 지정학적 '슬픔'

[기자수첩]옵션폭탄에 이어진 지정학적 '슬픔'

정영화 기자
2010.11.30 08:30

최근 주식시장이 조용할 날이 없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대폭락 사건으로 일부 운용사가 큰 피해를 입어 하루 만에 문을 닫을 지경에 몰렸고, 이후 대표 횡령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일종의 '총성 없는 테러'였다.

옵션만기일 사건이 채 잠잠해지기도 전 지난 23일 진짜 '총성'이 울렸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경중으로 따지면 옵션만기일보다 위중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촉즉발 위기상황인 TV속 분위기와 달리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는 오히려 지난 옵션만기일보다 조용하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의 경우 마감 동시호가 10분 동안 무려 5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하지만 이번의 연평도 도발은 지난 23일 장 마감 무렵 소식이 전해져 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29일까지 4거래일 동안 33포인트 떨어졌을 뿐이다.

펀드 유입에서도 투자자들의 심리가 드러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최근 사흘연속 국내 주식형펀드로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펀드 환매는 잦아들고 신규 설정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여의도 증권맨들은 연평도 도발 충격이 옵션만기 테러보다 약한 이유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우선은 시장 주도력을 쥐고 있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데, 외국인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 손꼽힌다. 최근 선물과 현물시장 모두 뚜렷한 외국인 이탈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증시만 놓고 본다면 가장 큰 위협은 전쟁 그 자체보다 외국인의 대량 이탈인 셈이다.

다음은 투자자들의 '배짱'이 거론된다. 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IMF외환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천안함 사태, 옵션만기일 테러 등 워낙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겪다보니 투자자들이 '위기'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정'하고 '냉정'한 얼굴을 가진 증시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우리 증시가 그만큼 굳건해진 것일까. 아니면 증시도 국민들처럼 '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어쨌든, 이번 북한 도발로 국내외 경제조건과는 무관한 리스크가 증시를 옥죄는 중대 변수가 된다는 점은 재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민족의 숙명인 지정학적인 '슬픔'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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