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줌마에게 요즘 이건희삼성전자(220,500원 ▼5,500 -2.43%)회장은 회장'님'이다.
딸아이 유치원비나 마련해볼까 하고 가입한 삼성그룹주 펀드가 날개를 달면서다. 지난달에만 5% 넘게 수익이 났다. 3일 '회장님'이 아들, 딸을 전격 승진시키면서 그룹주가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하자 주말 내내 '회장님' 칭송에 침이 말랐다.
아랫집 새신랑에겐 정몽구현대차(531,000원 ▼25,000 -4.5%)그룹 회장이 회장'님'이다. 올 초 결혼하면서 아내 몰래 들어둔 현대차그룹주 펀드가 대박이 났다. 수익률이 60%를 넘는다. 크리스마스 때 아내가 깜짝선물을 받고 지을 표정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
주말에 만난 대학 동창 부부는 '매값폭행'으로 떠들썩한 최철원M&M(1,741원 0%)전 대표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이를 갈았다. 최 전 대표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폭행사건 때한화(133,400원 ▲900 +0.68%)주식을 들고 맘 졸였던 게 생각나 속이 쓰리다고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취재원 김씨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만나기만 하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탓을 했다. 결혼자금 마련차 큰맘 먹고 산신한지주(99,900원 ▼100 -0.1%)주식이 지지부진해서였다. 6일 신 사장이 사퇴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르자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준 데 '감사' 문자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아무리 실적이나 회사 시스템과는 별개라고 말해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나 프리미엄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위력적이다. 잘 되면 "회장님"이었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회장놈"이 되는 게 CEO프리미엄 혹은 CEO리스크다.
문제가 된 회사의 종목 게시판에서 "XXX" "세상천지에 이런 XX가 어디 있냐"는 성토를 읽다보면 더 실감이 난다. CEO리스크가 큰 기업 게시판에는 "실제로 문제가 터졌을 때가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우스갯소리들이 나돈다.
수백개 상장사 CEO 중 자기 회사 주가를 띄우고 싶지 않은 이가 있을까.
인구에 회자되는 '문제 CEO'들도 회장'님' 소리를 듣고 싶었을 게다. 회사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더욱더 마음에서 우러나는 '님'자를 듣고 싶을 것이다.
편법보다는 합법, 분쟁보다는 화합, 보신보다는 투자를 생각하는 CEO라면 그에게는 계속'님'자가 따라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