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의 ‘유’자도 꺼내기 부담스러워했다.
최근 중국 북쪽의 허베이성 바오딩시에서 남쪽의 광둥성 선전시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8개의 중국 기업 CEO들을 계속 만나면서 받은 느낌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유상증자에 대해 극도로 몸을 사렸다.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내년까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말하는 회사도 있었다. 사업확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지만 자체 자금이나 대출로 충당할 것이라는게 그들의 이야기였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장해 놓고 왜 유상증자를 굳이 배제하느냐고 물었다. 중국원양자원 사건 때문이었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달 구체적인 규모나 일정 없이 유상증자를 위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시장의 된서리를 맞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이 사건으로 중국 기업 전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중국 기업들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다. 유상증자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긴 셈이다. 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몸을 잔뜩 낮춘채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개는 숙였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불만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 투자자들도 회사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평가없이 유상증자 이야기만 나오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본다는 태도였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있다는 인식도 팽배했다. 8명의 CEO를 만나는 동안 자사보다 못한 회사의 주가가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서는 20배, 50배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한 CEO는 "한국 상장 전부터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회사를 알리고 투자자들과 만나 왔다"며 기자에게 '무엇을 더 하면 좋겠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중국 CEO는 한국의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못해서 답답하고, 한국의 투자자는 중국 기업이 뭔가 불확실한 것 같아 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IR에 왕도는 없다. 꾸준히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실상을 알리고 계획한 것들은 실제 성과로 보여주며 신뢰를 쌓는 수밖에 없다.
우리 투자자들도 중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편견이 없는지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물고기 잡는 회사라고, 약초로 건강식품 만든다고, 폐지 모으는 회사라고, 저가 신발 만든다고 얕잡아 보지는 않는지를 말이다. 그 물고기와 건강식품, 폐지, 저가 신발이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인의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