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금융 주가만 바라보는 정부

[기자수첩]우리금융 주가만 바라보는 정부

반준환 기자
2010.12.23 09:52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주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가가 올라 한시름 놓았네요."

우리금융민영화 중단 결정이 내려진지 며칠이 지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그는 "민영화 중단은 주가에 부정적"이라는 증권가 리포트를 손에서 떼지 못했다고도 했다.

민영화 중단으로 가뜩이나 정부의 신뢰가 떨어진 판에 주가까지 급락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주가는 9월 중순까지 1만3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공자위가 우리금융 민영화 준비에 착수하고, 10월 매각공고를 내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은 10월 한 때 1만50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

주가는 잠시 조정을 밟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서도 1만4000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3일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유력한 방안으로 꼽혔던 독자민영화를 추진하던 '우리사랑 컨소시엄'과 'W컨소시엄'이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다음날 KB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 등은 강세를 보였으나 우리금융 주가는 5% 가량 하락했다.

이어진 17일 장 마감 후 공자위는우리금융매각을 위한 입찰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며 변화된 시장상황에 맞게 유효경쟁 등 매각기준을 완화해 민영화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증시 분위기는 심각했다.

M&A를 전제로 우리금융 투자의견을 올린 애널리스트들과 주식을 산 펀드매니저,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이 제대로 '물 먹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공자위 발표직후 "민영화 중단은 주가에 부정적"이라며 목표주가를 끌어내린 애널리스트들이 있었고, 일부는 "정부가 증시에 혼란을 부추긴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당초 우리금융 민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시장법상 비금융 주력자의 지분이 10%를 넘을 경우 의결권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독자민영화 컨소시엄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기 어렵다는 점도 이미 지적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계속 지적했으나, 정작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공자위 등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제를 모를리 없었건만 적어도 외부에는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해결방안이 있는 듯하다"고 오해하게 됐다. 민영화 중단 결정으로 '뾰족한 수'는 없었다는게 재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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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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