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을 담보한 M&A 거래의 역설

공공성을 담보한 M&A 거래의 역설

현상경 기자
2010.12.24 10:15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2월21일(11:19)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따져보면 한국 M&A시장서 2007~2008년만큼 메가딜이 홍수를 이뤘던 적도 없다. 하이마트, 하나로텔레콤, 씨앤앰, 실트론, 만도, 쌍용건설,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대선주조, 외환은행 등 굵직 굵직한 딜이 두 해에 전부 몰렸다.

숱한 I뱅커들이 3년전 호황의 '뒤치다꺼리'(리파이낸싱, IPO, 재매각)로 지금도 먹고 산다. 당시 거래구조를 머리속에 꿰차지 못하면 IB자격상실이란 말도 있다.

이 가운데 유독 팔자 사나운 매물이 몇몇 있다.대한통운(101,100원 ▼700 -0.69%)이 그렇고쌍용건설이 그렇고, 또대우조선해양(131,800원 ▼500 -0.38%)이 그렇다. 십년 가까이 조기민영화가 거론되는우리금융이나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현대건설(161,800원 ▼6,800 -4.03%)매각도 비슷한 부류다.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파는 주체가 법원, 예금보험공사 혹은 자산관리공사(캠코), 채권단 등 공공성을 요구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매각주체인 거래에는 일단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절대명제가 붙는다. 여기에 정권교체 이후 특혜 의혹 청문회를 방지하기 위한 공개매각,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유효입찰 등의 조건이 추가로 뒤따른다. 그러고도 모자라 시기별로 "국가경제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고용창출을 극대화하는" 등의 정치적 수식어가 추가된다.

신기한 점은 이렇게 많은 명분을 달고 의혹 해소를 위해 이것 저것 다 따졌으면서도 정작 사고가 나는 거래 중 열의 아홉은 역시 공공딜이란 사실이다.

2006년 대우건설 매각. 지금 현대건설 때와 정확히 똑같은 논리로 "LBO방지'가 거론됐다. "새 주인이 대우건설 자산을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캠코도 인정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인수금융, 즉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2단계로 빚을 내는 방식이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20여개에 달하는 재무적투자자(FI)가 달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게 오히려 '풋옵션'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와 복병이 됐고 결과는 지금 보는 바 그대로다.

2007년말 대한통운. 법원이 직접 나서 현금이 별 필요없는 회사에 구주 매각이 아닌, 대대적인 신주발행을 요구했다. 그리고 1년간 유상감자 금지, 인수를 위한 SPC설립 금지가 선언됐다. 이를 피하려고 1조원대의 교환사채(EB)발행과 풋옵션을 담보로 한 FI참여가 도입됐다. 이들 만기를 앞두고 대한통운은 다시 손바뀜을 겪게 됐다.

쌍용건설은 가격을 높이고자 경쟁입찰을 했지만 의지박약인 후보를 꼽으면서 딜이 망가졌다. 지금 주가로는 예전 가격을 받기 어렵다. 가격하락으로 따지면 '명분' 찾느라 매각차익 몇조원을 날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더 쓰라리다. 현대건설 역시 수년뒤 어떤 사후약방문을 써야 할 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런 매물의 처리에 있어 공공성의 담보를 아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공성을 너무 강조하면 다른 요인이 무시되는 역설이 드러난다.

M&A는 그 대상이 '기업'일 뿐,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 상거래다. 원활한 상거래는 파는 이, 사는 이가 자기 일에만 신경을 써야 일이 쉽게 풀린다. 상대편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기 시작하면 쉽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냥 비싼 값에 팔면 될 일을 "너 그 돈 어디서 났냐"라고 묻는다든가, 살 사람이 뻔한데도 남의 눈 신경 쓰느라 굳이 사지도 않을 사람까지 불렀다가 거래를 망친다든가, 아쉬워도 지금 팔지 않으면 '떨이'가 될 게 분명한데도 묵인한다든가 하는 일이 모두 그렇다. 이윤을 신경 쓸 때 이윤 외적인 것을 신경쓰려다보니 거래가 어려워진다.

남의 일은 남이 신경 쓰게 하는 것. 각 경제주체는 자신의 이익 극대화에만 충실할 것. 처음부터 무리하게 공공선(善)을 요구하기보다 개개인의 이기적 속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들의 충돌과 타협으로 저절로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 그게 지금 인류를 먹여 살리는 자본주의란 아이디어 아니었던가. 좀 무책임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한국서 벌어지는 공공 M&A 상거래에는 이런 자본주의 정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듯 모든 진리는 항상 단순하고 명쾌하다. 또 때론 역설적이다. 공공성을 담보한 거래일수록 더 공적이지 않아야 한다면 이 또한 역설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고방지 차원에서 보자면 약간의 발상의 전환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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