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수의 지수이야기]엄마의 귀가시간과 삼성전자

[임지수의 지수이야기]엄마의 귀가시간과 삼성전자

임지수 기자
2011.03.30 10:02

"엄마, 출발했어?"

"오늘 엄마 약속 있는데..."

"알았어. 그래도 12시까지는 와."

퇴근시간 즈음, 딸아이와 나누는 통화 내용이다.

8살짜리 딸아이가 잡아준 통금시간 치고는 꽤 너그럽다. 물론 딸아이가 처음부터 엄마의 늦은 귀가를 허락(?)했던 것은 아니다. 4~5살 때는 약속이 있다고 해도 몇번씩 전화를 해 언제 오냐, 빨리 오라 닥달하는 통에 취재원을 앞에 두고 난감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기자 엄마를 두다 보니 이제 약속이 있다고 하면 으레 늦겠거니 생각한다.

12시까지 여유를 줬는데 예상보다 자리가 짧아서 좀 일찍 들어가, 그때까지 자지 않고 깨 있는 아이를 만나면 아이는 엄마의 '깜짝 등장'에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엄마 귀가 시간에 대한 기대치,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아니, 포기한건가?

요즘 증시에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 및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진 기업들이 몇몇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삼성전자(196,200원 ▲7,500 +3.97%)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질대로 낮아진 상태다. LCD 및 통신사업 부문의 부진으로 1분기 실적 전망 하향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살펴보면 낮게는 2조7000억원, 최대 3조2000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가 당초 3조5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것이다.

하이증권과 NH투자증권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2조7300억원으로 내다봤으며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적 전망이 우울하다고 해서 주가 전망도 우울한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하는 등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이미 눈높이가 낮아진 만큼 실적 전망치 발표 시점에 어닝 쇼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적 부진 전망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올 초 100만원 선을 넘어서며 신기원을 이뤘으나 핵심 제품인 태블릿 PC 재고 우려와 실적 부진 전망에 90만원 선이 깨진 뒤 최근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평균 예상치가 3조원을 밑돌고 있어 2조원대 후반 수준에서 가이던스가 나온다면 시장은 어느정도 만족하고 오히려 3조원을 넘어서면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대되는 부분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부진하더라도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3조8000억~3조9000억 수준으로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높게는 4조3000억원대까지 전망치가 상향조정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7일 1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대치가 낮아진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시장과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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