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늘 푸른 장인환 입니다'

[기자수첩]'늘 푸른 장인환 입니다'

김성호 기자
2011.06.07 08:12

"늘 푸르른 장인환 입니다".

카카오톡(글로벌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에 등록된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의 '말 풍선'에 적혀있는 문구다. 장사장은 "열정이 기울어지지 않는 한 펀드 매니저를 계속 하고 싶다"고 늘 말해 왔다.

10년 넘게 자산운용사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 펀드 매니저의 삶을 동경한다는 장사장의 '푸르름'이 퇴색해 가고 있다.

KTB자산운용이 투자를 주도한 부산저축은행이 전대미문의 금융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매일 KTB자산운용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삼성꿈장학재단, 포스텍 등으로부터 총 1000억원을 투자받아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이 부실로 문을 닫게 되면서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결국 이들 투자자로부터 소송까지 당할 위기에 놓였다.

KTB자산운용이 지배하는 글로벌리스앤캐피탈은 지난해 9월 김종창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투자했던 아시아신탁이 보유한 부산저축은행 주식 9만7000주를 26억원에 되사주며 손실을 자초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과정에 연루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장 사장은 "부산저축은행의 부실규모가 이 정도일지 나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투자를 해 손해를 보기도, 이익을 보기도 하는 것이 자산운용사이다.

그러나 장 사장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핵심인물들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점, 투자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이었다는 점 등은 정상적인 투자였는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10년 넘게 '정도'를 걷는 펀드매니저로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온 그였기에 증시에 주는 실망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감독당국은 조만간 KTB자산운용과 아시아신탁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종합감사와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KTB자산운용과 부산저축은행을 둘러싼 의혹도 조금은 진실 쪽으로 다가갈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 진행중인 진흙탕 폭로전은 '진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알려진 사실에 대한 재탕 삼탕 폭로가 잇따르고, 통상적인 투자 관련 서류조차도 '비리 문건'으로 둔갑하고 있다.

특정 지역, 특정 정치 세력을 싸잡아 공격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뻔히 읽히는 정치논리 앞에 '시장 논리'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한국 증시에서 10년 넘게 살아남은 몇 안되는 '운용 전문가'의 수난은 결국 증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진실에는 관심없는 '정치적 단죄'가 위험해 보이는 까닭이다.

물론, 증시로 뛸 불신의 불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내세워온 펀드매니저 답게 장사장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모두 밝히는게 최우선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