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낙동강 오리알? IT위기론 허와실

삼성전자, 낙동강 오리알? IT위기론 허와실

송정렬 기자
2011.08.25 15:56

[송정렬의 테크@스톡]

한국 IT산업의 위기론이 거세다.

삼성전자(185,000원 ▲6,600 +3.7%)등 국내 IT기업들은 현재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력으로 휴대폰 등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등한시하다보니 구글, 애플 등에 밀려 종국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론은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프트 경쟁력 강화 발언으로 촉발됐다.

구글은 지난 15일 모토롤라를 1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모바일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는 인터넷 공룡이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휴대폰의 원조’를 삼킨 것이다.

구글은 최근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특허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1만70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롤라를 인수키로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글이 모바일 OS에 이어 기기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구글발 모바일시장재편의 2막이 오른 셈이다. 머지않아 모토롤라는 구글의 지원 아래 넥서스원(HTC), 넥서스S(삼성전자)와 같은 차기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을 만들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제조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그동안 안드로이드 확산을 주도해온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은 지난 16일 삼성세트부문 사장단에게 “소프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론은 더욱 증폭됐다.

물론 이 회장이 말하는 소프트기술은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VCR기능이나 코카콜라 브랜드처럼 창의성, 아이디어, 정보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이 회장의 발언에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삼성의 위기감이 묻어난다.

이후 여기저기서 한국IT산업에 대한 우려들이 쏟아졌고, 인력양성부터 정부정책까지 백가쟁명식 처방들도 제기됐다. 심지어 한국형 리눅스OS개발사업이 수차례 좌초한 기억이 생생한데 정부는 한국형 모바일OS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사실 그동안 하드웨어에 편중된 국내 IT산업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위기론으로 인해 증시도 들썩거렸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68만원까지 추락했고,안철수연구소(59,900원 ▲300 +0.5%),한글과컴퓨터(19,330원 ▲170 +0.89%)등 소프트웨업체들은 갑작스런 주목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억의 시계추를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2009년말로 되돌려보자. 미국 등 해외에 비해 한참 뒤늦게 국내에 시판된 아이폰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갈 때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변변한 스마트폰 하나 없었다.

하드웨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주무기로 세계 휴대폰 2위와 3위로 도약한 삼성전자와LG전자(110,300원 ▲1,500 +1.38%)는 아이폰발 스마트폰 쇼크에 비틀거렸다. 물론 양적 성장에 취해 시장변화를 놓친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에 대한 비판과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대수와 시장점유율은 2009년 2분기 110만대와 2.6%에서 2011년 2분기 1730만대와 16.3%로 수직상승했다. 불과 2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맹주로 자리잡았지만, 한편으로 독자 OS인 바다를 확산하는 등 멀티OS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OS-아이폰-앱스토어로 연결되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형 OS 전략은 자칫 스스로 '갈라파고스'를 자처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생태계 경쟁이라는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낸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경쟁력 수준으로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차근차근 강화하는 전략이 현재로선 가장 유효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물론 위기론에 편승한 반짝 관심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분야에 대한 정부의 정책지원과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도 필수적이다. 그래야 매출액 1000억원대 소프트웨어기업이 하나도 없는 척박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이 개선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강한 내일의 한국 IT산업을 위해 저평가된 알짜 소프트웨어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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