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매국노? 로비스트?" 욕먹은 외교관들

[기자수첩]"매국노? 로비스트?" 욕먹은 외교관들

송정훈 기자
2011.09.20 18:05

올해 국정감사에서 외교관 자질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상하이스캔들'로 한 차례 곤욕을 치룬 외교통상부는 되풀이되는 자질논쟁에 난감한 표정이다.

국정감사 첫날인 19일.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감에서는 '매국노' 논쟁이 격하게 벌어졌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해 초 안총기 당시 외교부 지역통상국장(현 상하이 총영사)이 미 대사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을 압박하면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런 매국노가 어떻게 외교관이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주한 미국대사관의 지난해 1월21일자 외교전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안 국장은 대만 의회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수입을 금지한 개정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미국이 대만에 강력 대응하면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관련 법안의 개정 움직임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인 유통법과 상생법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6일 영국 테스코사의 루시 네빌롤프 부회장은 김 본부장에게 국회의 SSM 규제법 처리를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김 본부장은 "한국 정부는 적절한 조언과 개입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답장을 보냈다.

김 본부장은 이후 국회에서 상생법 처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은 분리 처리됐다. 김 본부장이 영국 테스코사의 SSM 규제법안 반대 로비에 개입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매국노' '로비스트' 비난이 거세게 일자 외교부는 "확대 해석"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교부 내에 만연한 단기실적주의가 이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외교관이 성과에 대한 조급증 때문에 상대국 주장에 동조하거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자질 시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귀족집단'이라는 눈총을 받아온 외교관들은 면책특권 권한에 걸맞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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