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郭 "자치정신 훼손"…李 "조례 문제 많아"
수감에서 풀려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재의(再議)요구를 철회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동에 나섰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0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재의요구를) 오늘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에서 돌아온 직후 재의요구를 철회하는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벌금지, 두발·복장 자율화, 교내 집회 허용 등을 담은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해 서울시교육청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구속 수감 중이던 지난 9일 이대영 부교육감(당시 교육감 권한대행)이 재의를 요구한 바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는 주민들이 선출한 시의원들로 구성된 시의회에서 심의·의결한 것인데 이를 재의요구 하는 것은 자치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재의요구 철회서를 서울시의회에 바로 보내고, 다음 주 중 정식으로 조례 공포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해설서와 매뉴얼을 마련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일선 학교에 배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학교에서 학칙을 개정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3월 이후에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곽 교육감의 재의요구 철회에 맞서 다시 재의요구를 요청하며 제동걸기에 나섰다.
교과부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감에게 이주호 장관 명의의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재의요구 요청'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공문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미 재의요구하였음에도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철회'라는 절차를 이용해 입법절차를 임의로 바꾸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자치법에 재의요구에 관한 규정은 있어도 '철회'에 관한 규정은 없다는 것.
교과부는 또 "상위법령 위배, 교육감의 인사권 및 정책결정권 제한, 공익 저해 등 지난 9일 시교육청이 재의요구를 할 당시의 사유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재의요구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지방교육자치법 제28조에는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재의요구를 하도록 요청받은 경우에는 교육위원회 또는 시·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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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재의요구에 응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라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의에 부친 결과 시의회에서 재의결될 경우 교과부 장관은 직접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조례 집행정지 신청도 가능하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교과부의 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조례가 의결된 지 20일 이내에 재의 요구를 하게 돼 있는 점을 들어 재의 요구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번복하는 것"이라며 "또 학생인권조례가 이미 제정된 지역도 있는데 서울만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