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명품' 하나 갖고 싶은 심리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말입니다."
한국장학재단이 추진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에 일부 자산가가 관심을 보이는 데 대해 증권사 관계자가 내린 해석이다. 비상장 에버랜드 주식은 일반인이라면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장이 돼야 하는데 수년내 기대하기 어렵고, 그 사이 배당을 받을 가능성도 희박해서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의향을 접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은 신탁상품으로 투자하는데 최소 1억원 이상 필요하다.
굳이 매력을 찾자면 '희소성'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회사다. 에버랜드 주식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 등 삼성 일가와 특수관계인만 보유했고 장외시장에서도 유통되지 않았다. 명품으로 치자면 '스페셜에디션'인 셈이다.
부자들은 대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소장품에 애착을 보인다. 거액을 수년 동안 묵혀도 별 지장이 없는 '슈퍼리치'들로서는 당장 눈앞의 투자 수익보다 희소성을 좇을 여유가 분명 있다. 실제 A증권사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당장 투자가치를 볼 수 있는 주식이 아니어서 장기간 돈을 묻어둘 수 있는 '슈퍼리치'만 상대로 영업을 했다"고 귀띔했다.
'슈퍼리치'는 다른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증권사 관계자는 "에버랜드의 미래가치를 고려해 자녀에게 물려줄 증여용으로 검토한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부자는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미래가치 대비 가격이 할인돼 있는 비상장 주식에 종종 투자한다.
한국장학재단과 매각주관사인 동양증권은 지난 8, 9일 이뤄진 예비입찰에 참여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가운데 입찰적격 대상자를 13일 선정했다.
최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은 오는 26일 진행된다. 이때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참여할지, 또 사실상 시장에서 처음으로 평가되는 에버랜드 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부자들만의 관심거리가 아닐 것이다.
한가지 더. 에버랜드가 '명품'으로 인식되는 정도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