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로 결국 서민부담… "사업 시작 때 수요예측 틀린게 문제 시초" 지적도
서울지하철 9호선의 적자경영과 요금인상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인프라펀드의 고금리 수익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 인프라펀드의 경우 도로, 지하철, 경전철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최소 12%에서 최대 40%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챙기고 있다.
하지만 해당 민자사업들은 고금리 이자 때문에 만년적자에 시달리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늘리고, 결국 요금인상 등 서민들의 부담만 키우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인프라펀드 고수익 비결은 고리장사?
18일 금융감독원 및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는 최근 3년과 5년 수익률이 각각 13.92%, 27.16%를 기록 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부동산펀드 평균수익률(3년 -4.99%, 5년 13.15%)보다 최소 2배 이상 높은 성과다.
2006년 설정된 이 펀드는 부산김해경전철,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석-호평도로 등에 투자하는 사모 인프라펀드로 현재 설정액은 9718억원이다.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가 일반 부동산펀드에 비해 고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SOC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고금리 이자 덕택이다.
실례로 이 펀드는 2008년 국민연금과 함께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주식회사에 후순위대출(만기 16년 9개월) 방식으로 5972억원을 투자했다. 이 후순위대출의 연 이자는 대출기간별로 최소 12%~40%에 달한다. 국민연금과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주식회사의 1,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고금리 이자 덕에 펀드는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주식회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66억원의 정부보조금을 받고도 643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0년 -919억원, 2011년 -692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 기록이다.
공모 인프라펀드 중 유일하게 증시에 상장돼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도 우면산 터널, 수정산 터널 등 SOC사업의 고금리 이자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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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이 펀드는 자신이 1대 주주로 있는 우면산인프라웨이(우면산 터널 운영사업자)에 후순위대출 방식으로 약 96억원 가량(2011년 기준, 총 약정액 266억원)을 투자했다. 만기 15년의 이 후순위대출의 연 이자는 20%다.
하지만 우면산인프라웨이는 지난해 정부보조금 37억원을 받고도 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117억원을 올렸지만 이자만 123억원 이상 지급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정확한 수요예측이 먼저"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BTL·BTO 방식의 인프라펀드는 20개(사모 기준)에 달한다. 17일 기준으로 이들 펀드의 3년, 5년 수익률은 각각 23.22%, 30.52%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BTL 방식의 인프라펀드는 정부로부터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얹은 수준의 수익을 보장받고 있고, BTO 방식은 스스로 사업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낸다.
BTO 방식은 시설 이용 요금 수준에 따라 펀드 수익이 크게 달라지다보니 이용 요금 인상 여부와 인상폭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논란이 일었던 지하철9호선 뿐 아니라 우면산터널 이용료, 민자고속도록 이용료, 사립학교 기숙사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펀드도 문제지만 애초 민자 유치로 사업을 시작할 때 수요예측이 정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간 이용객이 기대치에 못 미치니 수익이 안 나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이용료를 올리는 악순환은 빗나간 수요예측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하철9호선 요금 인상을 두고 맥쿼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정부도 수긍을 하는 수준의 금리였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보다 정밀하게 시장 수요조사를 하고 거기에 맞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데 첫 단추부터 '주먹구구'식이었다는 비난을 정부도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가상승률, 20년 넘는 장기투자에 후순위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놓은 수준의 수익률이 아니다"면서 "시민단체들이 지분투자 배당 수익률은 제외하고 고금리 대출 이자만 문제 삼지만 투자 위험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어설명
SOC 투자 인프라펀드는 크게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구분된다.
BTO란 건설(Build), 이전(Transfer), 운영(Operate)의 약자로 민간자본이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직접 운영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민간자본은 일정기간 사회기반시설의 운영권을 갖고,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가 갖는다.
반면 건설(Build), 이전(Transfer), 임대(Lease)순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BTL은 민간자본이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이자나 임대료 등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사회기반시설의 소유권과 운영권 모두 정부나 지자체가 갖는다는 점이 BTO와 다르다.
현재 운영 중인 인프라펀드 대부분은 BTL방식의 펀드로 도서관, 노후하수관, 대학 기숙사 등에 투자해 연 6~10% 가량의 수익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