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도전하라] (9) 한비프 이준하 대표

#. 올해 초 '한우 파동' 소식이 온통 신문과 방송 뉴스를 뒤덮고 있을 당시 30대 초반의 한 청년은 궁금증이 일었다. "농가에선 한우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왜 우리가 평소에 사먹는 한우 가격은 변하지 않는 걸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여기에서 그친다. 하지만 이 청년은 달랐다. 다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가 문제야"라고 한마디씩하고 넘어갔지만, 그는 이 틈새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외국계 컨설팅사의 촉망받는 컨설턴트에서 한우 유통사업가로 변신한 '한비프'(www.hanbeef.com) 이준하 대표(32·사진) 얘기다.
지난 4월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한우유통 벤처기업' 한비프의 사업 모델은 일견 단순해 보기이기도 한다. '농가→공판장→중도매인→가공장→도매상→마트·정육점→가정'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복잡한 한우유통구조를 깨고 농가에서 가정으로 직접 주문·배송을 해 주는 방식이다.
"올 초 한우 파동을 유심히 파보니 결국 원인은 30년 넘게 변하지 않은 유통구조였어요. 특히 IT 등 첨단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계속적으로 효율화되지만 한우와 같은 1차 산업은 국가와 기업들로부터 소외돼 온 게 사실이죠."
한비프는 우수한 품질만 선별해 온라인을 통해 편리하게 주문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습식숙성을 거친 1+ 이상 등급의 무항생제 한우 판매를 고집하고 있는 데, 동급 기준 백화점 상품보다 20~30% 저렴한 수준이다.
온라인 주문을 받으면 농가(전북한우협동조합)에서 바로 주문량만큼 가공해 200g 단위로 직접 배송을 함으로써 마진을 낮춘다.
이 대표의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새로운 실험에는 기존 시스템의 견제와 텃세가 있게 마련. 수십년의 관행이 이어져온 한우 유통업계에서 한비프는 '이단아'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30대 초반의 도시총각인 이 대표의 '스펙'은 이 업계에선 다소 어색해 보였다.
고려대 심리학과 99학번인 이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고시나 대기업 취업이 아닌 창업에 뜻을 뒀다. 일단 창업 자금 마련과 사회 경험이 필요했던 그는 2006년 대학 졸업 후 유명 외국계 컨설팅사 아서더리틀(ADL)에 들어갔고, 이후에는 돈의 흐름을 보고자 사모펀드(칸서스 파트너스)에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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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높은 연봉과 안정성에 만족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원래의 꿈, 창업을 위해 조직을 박차고 나왔다. 2009년 컨설턴트 동기인 육현진씨와 '모든걸 새롭게'라는 모토로 벤처투자기업 이시스(Isis)를 차렸고, 올해 '신수종 사업'으로 한우를 택한 것이다.
이 대표의 생각에는 '레드오션'에 가까운 IT보다 한우 유통업이 더 매력적이다. 사회 전반으로 '믿을 만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한우 유통업이 '개선의 여지'가 많은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컨설턴트답게 철저한 분석을 마치고 올 초부터 사업을 준비했지만 수학공식처럼 딱딱 들어맞는 '보고서'와 달리 '현장'은 미로와 같았다.
"무항생제 농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펜대만 잡았을 것 같은 도시 출신 '풋내기'로 치부하며 문전박대하는 분들이 허다했죠. 이제는 별일도 아니지만 가끔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동기들을 만날 때 '내가 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성실한 태도와 진정성은 통했다. 전북 김제의 농가들이 취지에 동감해줬다. 직원이 총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미미한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 대표는 '끝이 창대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있다.
"장기적으론 농가와 연계해 도축·가공·유통 등을 한꺼번에 맡는 유럽식 패커(packer)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을 통해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는 한우를 일본의 '와규' 못지않은 세계적 소고기 품종으로 인정받게 하는 게 꿈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한우 유통업자'에 한정짓지 않는다. 대신 '비즈니스 디벨로퍼'라는 표현을 쓴다. "건설업계의 디벨로퍼(시행사)를 확장한 개념이에요. 각종 산업의 전문가와 투자자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시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또 이익을 분배하는 형태를 추구합니다."
한비프의 활동상이 알려지면서 최근 대학생들로부터 창업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시작하길 권해요. 정말 창업을 원하는 게 확실하다고 믿으면, 그 안에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사업 영역으로 선택해야 하구요. 그래야 지치고 좌절하지 않습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고 어려운 길을 같이 갈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금상첨화죠."
이준하 대표에 대한 최계경 다하누 회장의 조언

축산물 유통업계에서 30여 년을 일하며 연을 맺은 업계 종사자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기존의 유통 구조와 선배들이 걸었던 길에 순응해 소규모 자영업자 수준에 머물거나 경쟁업체에 밀려 사라져 갔습니다.
한비프의 이준하 대표의 선전은 한우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익히 듣고 있었으며, 한우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혁신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롭게 하겠다는 사업모델이 제가 한우마을을 구상해 강원도 영월에 한우마을을 조성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비프가 온라인 판매에 한정하고 있지만 고객 특성을 감안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이 직접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 보도록 제안합니다.
또 국민 소득이 올라가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육류 소비량 뿐만 아니라 식용 축산물의 종류도 늘어난다는 것은 이 대표도 잘 알 것입니다. 소·돼지·닭 위주의 우리나라 시장에 최근 양고기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그 한 가지 예입니다. 앞으로는 한우 뿐 아니라 돼지·닭·양 등 다른 축산물의 유통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비프의 이준하 대표가 유통과정 개선이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내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생산·가공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아낸다면 언젠간 우리 다하누를 뛰어넘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산물 유통기업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우와 우리나라 농업을 사랑하는 미래의 경쟁자 이준하 대표의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