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대졸공채 안하거나 예년의 절반, 인턴 채용도 줄여

고소득 화이트칼라의 상징,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증권업계에 입성하는 건 취업준비생들의 꿈이다. 하지만 2012년 11월 현재 여의도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한 마디로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실적악화로 비상등이 켜진 증권업계가 대졸공채를 진행하지 않거나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줄이면서 증권사 취업문이 어느 때보다 좁아졌다. 주식 거래량 감소로 브로커리지 수입이 급감하자 주요 증권사들은 영업실적이 부실한 지점을 통폐합하고 비용절감에 나선 상황이다. 공채는커녕 공채로 전환될 수 있는 인턴 채용마저 위축됐다.
◇"지점도 없애는 판에…", 실종된 대졸공채=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대졸 공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2년 전만해도 신입사원 113명을 공채로 선발했지만 지난해 64명으로 절반으로 줄인 후 올해는 아예 한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에만 지점 수가 20여개이상 줄었다. 필요한 인력은 수시 채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나마 경력 직원 위주이기 때문에 갓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이 설 자리는 없다.
지난해부터 지점 규모를 줄여온 동양증권도 올해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하지 않았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동계 인턴과 올 하계 인턴 중 일부 우수인원만 동양그룹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편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6명의 대졸 신입을 뽑았던 KTB투자증권 역시 베이징 사무소에 이어 최근 도쿄, 캘리포니아 사무소 등 해외점포를 줄줄이 폐쇄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대졸 공채를 건너뛰었다. SK증권도 하반기 대졸 공채를 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주가급락으로 투자심리는 바닥이었어도 주식거래량이 유지됐기 때문에 증권사의 수익이 지금처럼 나쁘진 않았다"며 "공채기수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규모를 줄여서라도 채용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대졸공채 예년의 절반 수준, 인턴도 줄여=대졸 공채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증권사들도 채용규모가 예년의 절반이하로 줄어드는 등 채용온도계가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KDB대우증권은 대졸신입 채용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이하인 50명선으로 줄여 전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규모인 117명의 절반이 안 된다. KDB대우증권은 통상 상반기에 인턴을 모집해 그 중 50%를 하반기의 공개 채용에서 흡수해왔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채용한 인턴 숫자도 전년의 절반 밑인 50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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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25명(지난해 동기 39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하반기 채용 역시 지난해(60명)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40명을 채용했던 삼성증권도 상반기 대졸공채는 건너뛰고 하반기에 100명 미만의 공채를 진행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현대증권만 규모를 예년보다 소폭 늘리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거래량과 거래액이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와중에 신규 채용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채용계획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학력보다 실속", 대졸 줄고 고졸 는다=비용절감으로 대졸공채 규모가 줄거나 계획이 불투명해지다보니 학력보다 실속을 따져 아예 고졸채용을 늘리는 사례도 있다.
한화증권은 올해 대졸 신입을 10명밖에 뽑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113명을 뽑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지금까지 없던 고졸공채를 실시했다. 올해 한화증권이 고졸공채를 통해 채용한 신입사원은 60명. 한화증권은 내년에는 7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프루덴셜증권과 합병하면서 총 인원이 1900여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합병 후 인사 조직이 어느 정도 정착될 때까지는 대졸신입 공채는 자제하기로 했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고졸 공채전형을 준비해왔고 앞으로도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만4404명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올해 9월 말 4만3085명으로 1319명(3.0%) 감소했다. 증권업계는 지난 2006년 이후 임직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올해 같은 대규모 인력 감축은 2002~2005년 사이 6500여명이 감원된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