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 체결권만 남긴다?" 속 타는 외교부

"조약 체결권만 남긴다?" 속 타는 외교부

송정훈 기자
2013.01.21 17:06

인수위, 통상 정책과 교섭 기능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검토

"아무쪼록 최선의 방안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2차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외교부 직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인수위가 외교부의 통상 정책은 물론 교섭 권한을 모두 경제부처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외교부의 통상기능이 사실상 통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알맹이는 넘기고 껍데기만 남는다?=인수위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 예정인 2차 정부 조직 개편안의 통상기능 조정과 관련해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의 통상 정책과 교섭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상 기능 분리 취지를 감안할 때 정책과 교섭권 등을 일괄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이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외교부의 고유 권한으로 형식적인 절차인 조약 체결권만 남겨두고 경제부처가 나머지 통상기능을 모두 통합해 전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의 통상기능 중 알맹이는 넘기고 껍데기만 남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통상 기능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 문제를 감안한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94년 통상산업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기능이 정책은 통산부, 교섭은 외무부(현 외교부)로 분산돼 비효율 문제를 드러냈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두 부처가 세계무역기구(WTO)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찾은 의견 충돌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98년 업무 중복 문제 때문에 외교부로 통상기능을 합쳤는데, 이번에는 같은 논리로 통상기능을 경제부처로 통합하는 게 낫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기능 약화 불가피" 부글부글= 하지만 외교부는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통상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외교부의 통상기능이 단순히 업무 비효율 문제로 이관되면 오히려 전문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대표적인 게 통상업무의 핵심인 FTA(자유무역협정)다. FTA의 경우 통상 모든 국가가 국내 여론에 민감한 만큼 외교부는 재외공관 등을 통해 상대국의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협상 전략을 수립한다. 협상에서도 재외공관에서 유기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외교부의 통상기능이 이관되면 외교와 통상 간 업무 공조가 차질을 빚으면서 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대외 개방 수위가 높은 국가들이 외교와 통상 기능을 분리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외 개방 폭이 큰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필란드 등은 현재 외교부가 통상업무를 전담한다. 반면 대외 개방 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의 경우 우리의 지식경제부격인 상무부에서 통상업무를 총괄한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특정 부처의 유불리를 떠나 한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 중 대외 개방을 견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김성환 장관 등 외교부 고위 인사들은 인수위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등 정치권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통상교섭본부에 교섭 업무는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향후 국회의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도 최대한 외교부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적극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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