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고 유보금만 2000억…김형섭 대표 등 6600억, 유니타스 3400억 회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네파(NEPA) 경영권 지분 89%를 약 1조 원(997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한다. 회사에 부채가 없고 유보금만 2000억 원이 넘는 상태를 고려하면 89% 지분의 순수한 가치는 8000억 원 가량이다.
25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MBK는 네파 대주주인 김형섭 평안엘앤씨 대표와 협상이 타결되면 우선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가진 경영권 지분 59%에 대한 계약을 하기로 했다. 이어 재무적 투자자(FI)인 유니타스캐피탈의 지분 30% 계약도 동일조건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유니타스는 보유 지분을 대주주와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태그 어롱) 행사를 표했다.
MBK는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는 네파 지분 11%를 제외한 나머지 8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이자 2대 주주 자격으로 회사에 남아 네파를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우는데 노력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매각금 일부를 재투자할 예정이다. MBK는 김형섭 대표를 신임해 경영권 주주 변동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맡길 계획이다.
네파는 지난해 모기업 평안엘앤씨에서 분할 설립돼 아직까지 실적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4600억 원대에 달했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000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네파의 지분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내부 유보현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파는 지난해 유니타스가 1900억 원의 자금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한 이후 이 자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네파는 보유현금으로 2000억 원 가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파의 순수한 지분 가치는 89%에 1조 원이 아니라 8000억 원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MBK가 사들일 네파 지분의 가치는 최근 EBITDA의 8배 정도로 평가된다. 유니타스는 반년 전 당시 최근 실적을 기준으로 지분 30%에 1900억 원을 줬지만 그때도 EBITDA 배수는 8배 수준이었다. 네파의 실적이 6개월 만에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유보현금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김형섭 대표 등이 매각할 59%의 경영권 지분의 순수한 가치는 약 5300억 원(매각금은 6600억 원)이다. 유니타스도 같은 조건에 거래하기 때문에 30% 지분 가치는 2700억 원(3400억 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네파라는 브랜드를 만든 이후 5년 만에 제로베이스에서 6600억 원(추후 세금부과)을 거머쥐었고, 유니타스는 투자 반년 만에 원금을 제외하고 1500억 원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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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는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향후 3년간은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선진국의 아웃도어 매출은 전체 의류 시장의 25% 수준인데, 국내는 아직까지 10%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을 내렸다.
네파는 국내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5위의 기업으로 아이돌스타 '2PM' 등을 내세워 젊은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웃도어 의류의 경우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상위권 기업들이 쌓은 브랜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모직은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빈폴 아웃도어'라는 브랜드로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시기를 놓쳐 예상보다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거래 관계자는 "MBK가 연초 웅진코웨이(31%)를 1조2000억 원에 샀고, 일본에서 커피체인 '고메다(KOMEDA, 100%)'를 6000억 원에, 그리고 네파(89%)를 1조 원에 연이어 매입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일 년 간 준비하던 딜을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