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인수 사모펀드 컨테스트…3~4월 조기집행 "中企 투자확대 유도"
국민연금이 올 상반기 1조 원 안팎의 '바이아웃(buyout)', 즉 경영권 지분 인수전용 블라인드 사모투자펀드(PEF) 출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인드 PEF는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는 펀드로 이 자금의 운용사(GP)는 약정 받은 투자금을 자신들이 발굴한 대상기업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이후 전체 포트폴리오의 투자수익 결과로 국민연금 등 투자자로부터 평가받게 된다.
국민연금의 이번 블라인드 펀드 컨테스트에는 MBK파트너스와 H&Q아시아퍼시픽 등 쟁쟁한 운용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대체투자 부서는 올해 상반기 1조 원 안팎의 PEF 투자용 자금출자를 계획하면서 최근 '바이아웃'을 핵심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상반기 출자를 사실상 확정하고 컨테스트를 위한 선정 기준을 세우고 있다"며 "운용사들의 투자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도 출자 후 효율적인 투자 기회 확보가 이뤄지게 하는데 바이아웃 기준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인수를 주요 투자전략을 삼고, 이 투자에 대한 지난 실적이 자신들의 기준을 충족한 후보들 중에서만 컨테스트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기준은 최근 금융당국이 운용사들의 옵션부 투자를 규제할 것이라고 나타낸 방침과 부합되는 조치다. 국내 다수 운용사들은 원금보장특약(Put-option)을 맺고 PEF 제도의 본 취지와 배치되는 이른바 '대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데 국민연금이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은 지난 6년간 수조 원의 PEF 대체투자용 자금을 출자하면서 운용사 선정전에 투자 영역을 미리 정해놓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한국형 PEF에 출자한 지난 2005년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이 H&Q와 신한 프라이빗에퀴티가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2009년에는 메자닌·부실채권펀드(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투자) △2010년 그로쓰캐피탈펀드(성장 신수종사업 투자) △2011년 팬아시아펀드(해외 진출 투자) 등 다양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됐다.
국민연금은 나름대로 자본시장이 요구하고 바라는 바를 면밀히 관찰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이끄는 PEF 운용사 선정 기준을 마련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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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경영권 인수를 전략으로 내세운 PEF를 육성하려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의 자금이 시장에 무분별하게 풀리면서 과당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도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PEF 자금을 출자하지 않았지만 그 빈자리를 한국정책금융공사(KoFC) 등이 채우면서 2010~2011년 사이 7조 원이 넘는 자금이 시중에 풀렸다. 그리고 이 자금의 대부분은 정부가 내세운 정책의 실현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 △신성장동력 육성 △녹색 성장 등의 명목으로 집행됐다.
하지만 이렇게 출자된 자금은 현실 투자에서는 운용사들이 같은 돈으로 경쟁을 벌이는 원인이 됐다. 결국 지난해 시장에서는 "정부가 스스로 PEF 제도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PEF 출자를 포기하고 올해 자금 투입을 계획하면서 당초 5~6월 출자를 구상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투자를 조기집행하자는 내부 목소리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인수를 전문으로 하면서 중견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이른바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보다 자세한 선정 기준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운용사 선정 공고를 이르면 오는 3월~4월 중에 낼 것으로 예상된다. 출자규모는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최종 3~5개 운용사를 선정해 1500억~2000억 원씩 출자를 약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쟁에는 MBK파트너스와 H&Q,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등 국내 쟁쟁한 운용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독립계 운용사 일부를 제외하면 경영권 인수 거래를 시도하고 해당 투자 기업을 성장시키고 매각해 수익을 낸 곳이 국내에 많지 않아 경쟁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외 운용사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바이아웃이라는 큰 틀의 출자 방향을 정했고, 총 자금 규모나 운용사 선정 기준, 선정방법 등은 자세한 사항은 내부적으로 면밀히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