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22일 외환시장에서 100엔대 진입을 눈앞에 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엔저 수혜주와 피해주 주가가 엇갈린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시작된 '엔저 공세'의 시발점은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였다. 일본 통화정책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성명 내용이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묵인으로 해석되면서 최근 주춤하던 엔화 약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날 22일 오전 11시55분 현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99.81엔으로 100엔대에 바짝 다가섰다. 오전 장중 한때 99.88엔까지 오르며 지난 2009년 4월14일 이후 4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저 파고'가 다시 몰려올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인 관광객 수요에 영향을 받는 종목들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19일 모처럼 반등했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 우려에도 비교적 견조한 오름세를 이어가던 {모두투어도 이날 약보합으로 전환했다.
1분기 실적 우려에 통상임금 소송까지 겹치면서 지난주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던 현대차}에게도 엔저가 달가울 리 없다. 현대차는 이 시각 현재 전일대비 1.91% 하락 중이며 {기아차도 2.28% 내리며 3거래일째 동반 하락세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약세가 적어도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유지될 개연성이 커지면서 국내 자동차주의 의미 있는 주가정상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엔저 수혜주'로 분류되던 종목들의 주가는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LG화학(429,500원 ▲4,500 +1.06%)은 1.59% 오르며 나흘째 강세다. 민경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특히 정보전자소재에서 전방산업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엔저에 따른 원료가 하락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기계 업체들도 엔화 약세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 상승하며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고 {한국정밀기계}는 엿새, {현대위아는 사흘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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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엔화 부채를 보유한 포스코} {현대제철은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각각 0.62%, 1.81% 하락하고 있다. 철강 수요가 부진을 겪고있는데다 엔/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차익 기대감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외수지 악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엔/달러 환율의 향방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한편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엔-캐리 활성화에 따른 엔화 약세 장기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올해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95엔에서 105엔으로, 내년 말 전망치는 100엔에서 115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준에서 엔/달러 환율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GDP에서 수출 비중은 15%에 불과해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수입물가 상승 부담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엔저 쇼크를 반영해 주가가 하락한 현재 수준에서는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자동차, IT를 관심 업종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