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채권 트로이카', 슈퍼리치 울렸다

안전자산 '채권 트로이카', 슈퍼리치 울렸다

오정은 기자
2013.06.25 06:11

고액자산가 '러브콜' 30년 국채·물가연동국채·브라질국채 모두 평가손실

↑(단위:%)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단위:%)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지난해 10월에 샀던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16%네요. 브라질 국채는 -12%, 물가채 역시 마이너스입니다.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목돈을 묻었는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의 출구전략 예고에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국채에 투자한 슈퍼리치가 울상이다. '채권 트로이카'로 불리는 30년국채·물가채·브라질국채가 모두 연초 대비 원금손실을 기록해서다.

30년물이나 물가채, 브라질 국채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안전자산인 장기국채는 부도(크레딧) 위험은 거의 없지만 가격 하락 위험은 있다. 이를 모른 채 증권사에서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면 평가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돈을 댔던 투자자들이 빠르게 커지는 평가손실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전략본부장은 "국채는 만기까지 기다리면 확정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안전자산'이지만 투자 기간에는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일시적인 자금을 끌어다 트레이딩용으로 투자한 경우 중간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1%까지 떨어진다더니"= 지난해 9월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30년물 국채를 발행할 때만 해도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장기채는 금리가 하락하면 가격이 상승해 중도매매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때문에 장기채를 만기 보유 목적이 아닌 트레이딩 목적으로 매수한 사람이 적잖았다.

하지만 채권 금리는 이미 장기금리 하락을 선반영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10일 국채 30년물의 금리는 2.94%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30년물 금리는 0.11%포인트(11bp) 오른 3.92%에 마감됐다. 작년 10월 11일 30년물 국채에 10억원을 투자한 사람이라면 약 1억5000만원에 이르는 평가손을 본 셈이다.

물가연동국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2일 연 0.62%였던 물가채 금리(물가 11-4 기준)는 이날 1.26%에 마감됐다. 연초 대비로 64bp 급등한 것이다. 올해 초 대비 약 5%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국채마저 큰 폭의 손실을 냈다. 외국인 자금 이탈로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해 가입자 기준 10~20%의 평가손이 발생한 상태다.

만기 보유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라면 평가손실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단기 투자자다. 30년까지 보유할 계획이 없었는데 수 개월 만에 10% 넘는 손실을 입은 것.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채권을 매도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손절 기회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 본부장은 "단기적으로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섣불리 매도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손절매를 원하는 단기 투자자의 경우는 9월까지 지켜보면서 금리가 하락하는 기회가 올 때 매도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발빠른 슈퍼리치, 역발상 투자도= 단기에 글로벌 금리가 급등하는 동안 국채 수익률에 역방향으로 투자해 수익을 낸 슈퍼리치도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쉐어스 울트라숏 20년 국채 ETF(Proshares Ultrashort 20+ Year Treasury)는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분의 2배 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주로 고액자산가들이 2억~5억원 단위로 투자해, 최근 1개월 만에 17%의 수익을 냈다. 레버리지 ETF였기에 실제 금리 상승률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이 가능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영업팀 과장은 "국채 인버스 ETF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수익을 내는 틈새 상품"이라며 "채권 및 주식의 투자 매력이 동시에 하락하는 시점에 수익이 가능해 슈퍼리치 중심으로 5월부터 꾸준히 추천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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