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습에 코스피 1900도 걱정

'엔저' 공습에 코스피 1900도 걱정

황국상 기자
2014.11.04 16:38

[내일의전략]

일본중앙은행의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로 글로벌 증시가 일제 환호하고 있지만 한국만 유독 외톨이가 된 모습이다.

한·일 양국의 주력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은 만큼 일본 양적완화로 한국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엔화관련 우려가 당분간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엔저우려 재촉발, 외국인 대규모 선물매도 전환=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91% 내린 1935.19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930선이 깨지기도 했다. 오전 한 때 선물시장에서 2000억원 가까이를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대규모로 코스피200지수선물을 매도하면서부터 시장의 낙폭이 가팔라졌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방향전환은 일본의 양적완화가 시발점이됐다는 지적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파생담당 연구원은 "장 초반에는 원/달러 환율이 1080원까지 치솟는 등 원화약세 속도가 가팔랐지만 이내 1070원선으로 수그러들었다"며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방향전환은 원화약세가 한국 수출기업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엔/달러환율이 급등(엔화절하)하는 데 비해 원화의 약세가 이를 따라주지 못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韓증시 낙폭 유독 커.. 일본과 경합도 높은 '차화철' 동반급락=글로벌 증시에서도 한국만 따로 노는 모습이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지난달 31일 양적완화 발표 후 4.8% 급등한 뒤 이날도 2.7% 올랐다. 중국상해, 홍콩, 대만, 호주, 인도 등 여타 아시아권 국가 주가지수 역시 약세였지만 그 폭은 0.02~0.4%에 그쳤다. 한국이 일본과 산업경합도가 높은 만큼 향후 엔저지속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탓에 우리만 큰 폭으로 내렸다. 실제 이날 코스피에서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산업군의 대표주들이 동반하락했다.

현대차(489,500원 0%)가 이날 3% 이상 주가가 빠지며 3년 7개월여 기간 고수해 온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자동차 부품주의 급락세는 더 가팔랐다. 덕양산업, 한국프랜지 등 부품주들이 하한가로 고꾸라졌고 유성기업, 세종공업, 한일이화 등 부품주들도 6~10%대 낙폭을 기록했다.

철강주 중에서는현대하이스코가 7% 이상 빠진 것을 비롯해 현대제철, 포스코 등이 각각 6.03%, 3.78% 내렸다. 철강금속 업종지수에 편입된 시총상위 1위부터 10위까지 종목 중 이날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화학주 중에서는LG화학(356,000원 ▲1,000 +0.28%)이 6% 가까이 급락했고 롯데케미칼, 금호석유, 효성, 한화케미칼 등이 약세로 마감했다.S-Oil(120,700원 ▲1,100 +0.92%), SK이노베이션, GS 등 정유주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영향, 얼마나 갈까=증권가에서는 이번 일본 양적완화로 인한 충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일본이 양적완화를 본격 단행했을 때 우리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던 기간은 약 2개월이었다"며 "코스피는 해당 기간 약 4% 가량 하락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현재의 코스피 수준이 훨씬 낮아져 있는 데다 일본 양적완화로 인한 충격이 어떨지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다"며 "이번 추가 양적완화 발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지난해에 비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한국증시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더 크게 하락한 것은 실적모멘텀이 사라져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엔저우려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오 팀장, 김 팀장이 전망한 코스피의 단기저점은 1900선이다. 다만 증시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김 팀장은 "4분기 장세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다 반복해서 되밀리는 '다중바닥형'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실적부진이 지속적으로 우리 증시의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들이 코스피 대형주가 약세를 보일 때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지금은 동반급락하는 모습도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증시에 안전지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