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 소액채권담합 벌금형 가능성커져 발목잡힐 듯, NH농협증권도 2차례 기관경고

우리투자증권(33,650원 ▼950 -2.75%)과NH농협증권이 합병한 국내 최대 증권사 NH투자증권이 오는 31일 공식 출범하는 가운데 합병법인이 첫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헤지펀드운용업 진출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이 소액채권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이 진행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재판 결과를 인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0일 "우리투자증권이 아직 헤지펀드 운용업 예비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 검찰에 고발돼 진행되고 있는 소액채권 담합사건의 재판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인가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합병전 법인에 대한 제재는 합병 후 법인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0월에 헤지펀드 운용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위해 사모펀드 본부를 구성하고 NH농협금융지주의 자본금 등을 합해 3000억원의 투자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운용업에 진출해 해외유전펀드나 부동산 등으로 투자자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증권사의 사모펀드 운용업 허용은 지난해 금융위가 발표한 증권사간 M&A(인수·합병) 촉진책의 인센티브로 제시됐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이 인센티브의 업계 첫 사례로 지목돼 왔다.
문제는 소액채권 금리 담합과 관련한 형사재판이다. 공정위는 2012년 11월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사 20곳이 국민주택채권과 도시철도채권 등 소액채권을 담합해 싸게 사들여 4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과징금 192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삼성·한투·현대·동양(현 유안타)증권 등 6곳은 검찰고발해 현재 약식 기소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증권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고법 항소심에 이어 지난 10월 대법원 상고까지 기각되면서 모두 패소했다. 약식기소된 6개 증권사 역시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회사가 벌금형을 받게 되면 5년간 다른 금융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고 3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검찰 고발 등이 이뤄지면 금융위는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인가 심사를 미룬다.
대우증권도 2012년에 헤지펀드 운용 자회사인 믿음자산운용을 설립했으나 지난해 10월에 중국 고섬사태로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금융위 인가를 받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다.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3년간 다른 금융사의 대주주가 될수 없고 자회사도 1년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못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2012년 7월에 LIG건설 CP(기업어음) 사기 판매 사건으로 기관경고를 받아 자회사를 통한 신사업 진출길이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합병 상대인 NH농협증권마저 애널리스트의 게임빌 내부정보 유출 사건과 신재생에너지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건으로 연거푸 기관경고를 받았다.
다만 우리투자증권은 정부의 M&A 활성화 정책에 따른 증권사의 첫 운용업 인가 신청 사례인 만큼 금융당국의 배려를 기대하는 눈치다. 회사 관계자는 "예비인가 신청 전에 금융위와 협의 과정에서 증권업과 운용업 병행에 필요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을 조언받았다"며 "내년초 예비인가를 신청할 예정인데 당국의 정책기조에 부응한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통제 규정을 언급한 것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인가를 전제로 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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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극심한 업황 부진에 빠진 가운데 난국을 탈피하기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과거 규정 위반에 따른 기관 제재에 발목이 잡히는 사례가 잦다"며 당국의 전향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