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EF 모범생 H&Q, 배서어음에 월급차압

[단독] PEF 모범생 H&Q, 배서어음에 월급차압

박준식 기자
2014.12.27 07:12

에스콰이어 채권단 가압류 법원이 승인…경영난 타개 노력이 도리어 발목잡아

국민연금기금을 주로 운용하며 PEF(사모투자펀드) 시장의 모범생으로 꼽히던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가 임직원들의 월급을 차압당하는 수난을 겪게 됐다.

H&Q 2호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운용사를 믿고 출자 약정된 모태 PEF)의 투자사 중 하나인 에스콰이어(법인명 EFC)를 경영하면서 배서어음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에스콰이아 채권단이 H&Q 2호펀드를 대상으로 신청한 관리 및 성과 보수 등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H&Q는 이로 인해 약 90억원의 펀드 운용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나눠주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 실패로 인해 다른 다수의 투자 건을 관리해야 하는 GP(PEF 무한책임사원)의 임직원 월급이 차압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H&Q 2호는 3725억원대로 조성된 블라인드 펀드로 국민연금이 전체자금 중 2000억원을 출자약정해서 조성됐다. H&Q는 이 펀드의 2012년 투자기한 종료까지 △하이마트 △에스콰이어 △하나마이크론(39,700원 ▼450 -1.12%)△메가스터디 △블루버드소프트 등에 3157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하이마트 투자 건은 경영권 지분 매각을 통해 원금(900억원)의 두 배(1806억 원)로 회수했다.

하지만 문제는 H&Q가 단행한 최초의 바이아웃 거래(경영권 지분 매매)인 에스콰이어에서 터졌다. H&Q는 이범 회장 일가 등이 보유했던 에스콰이아 지분 100%(419만8035주)를 약 800억원 가량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당초 예상과 달리 부진을 거듭하다가 올해 6월 끝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H&Q는 에스콰이어를 인수한 이후 이 회사가 갖고 있던 성수동 본사 사옥 등을 팔아 약 300억원을 회수했지만 경쟁이 심한 제화업계에서 살아남는 데는 실패했다. H&Q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들과 차입금 만기연장 협상을 하고 거래처의 납품대금을 갚기 위해 어음을 융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에스콰이어의 담보력이 부족하자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배서(양도의 의도를 표시하고 기명날인하여 양수인에게 교부)'를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회사를 살리려던 H&Q의 노력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됐다. 에스콰이어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회사 매각 시도 역시 실패해 회생절차가 시작되자 납품대금을 어음 등으로 받은 채권단이 H&Q를 상대로 관리보수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이다.

채권단은 H&Q가 에스콰이어의 법정관리 행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받아 회사를 운영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면하기 위해 H&Q가 증자에 나설 수도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법원은 채권단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채권단 대부분이 영세 납품업체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고 H&Q의 배서행위가 법정관리 고의성에 관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려 가압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H&Q는 에스콰이어로 인해 2호 펀드의 다른 투자 건인 하나마이크론과 메가스터디, 블루버드소프트 등의 경영관리가 문제되는 상황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H&Q는 30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2330억원 투자집행)를 두 배로 불려 국민연금 등에 돌려줬던 우수 운용사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단 한 개 투자로 인해 평판에 문제가 생기게 됐다. 당장 1호 펀드의 우수한 성적을 기초로 지난해 H&Q 3호에 경쟁 컨테스트 없이 2800억원의 출자약정을 해준 국민연금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일단 H&Q가 1호 펀드의 성공과 3호 펀드(5650억원)의 결성 완료로 재정적 문제가 아주 급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소액 투자 건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생겨났다는 점은 주의해 지켜보고 있다"며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GP는 말 그대로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인한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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