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금 운용 국부펀드 설립 취지 무색…한은 흡수론 제기 속 내부 분위기 뒤숭숭
한국투자공사(KIC)가 주요 투자기관인 한국은행으로부터 추가 위탁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안홍철 전 사장의 자진사퇴를 둘러싼 내홍으로 다 잡은 자금을 놓치면서 외환자금을 전문운용하는 국부펀드로서 설립 취지가 더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다.
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KIC에 외환보유액을 추가 위탁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당초 KIC와의 협의 과정에서 50억달러를 추가 위탁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최근 계획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올해 기획재정부 외국환평형기금 100억달러와 한국은행 외환보유금 50억달러를 추가 위탁받아 운용자산 1000억달러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7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876억달러였다.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이 승격돼 설립된 외자운용원에서 1, 2대 원장을 지내다 KIC로 자리를 옮긴 홍택기 리스크관리본부장(CRO)과 추흥식 투자운용본부장(CIO)이 그동안 협의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초 안 전 사장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자진사퇴하면서 연내 위탁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이 위탁운용사와 재무자문사 선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안 전 사장과 함께 추 본부장의 인사 조치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한국은행과 협의를 이어갈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KIC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올해 안에 한은에서 50억달러 정도를 위탁받을 수 있겠다는 내용이 안 전 사장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안다"며 "내부적인 문제로 일이 틀어지면서 한국은행을 설득할 명분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KIC는 2005년에 국회를 통과한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2006년부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외환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현재 KIC에 위탁된 자산은 총 700억달러로 기획재정부는 2007년부터 매년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외환자산을 위탁해 올 초까지 총 500억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2011년에 30억달러를 위탁한 이후 외환자산을 추가 위탁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위탁자산은 2006년 10억달러, 2007년 111억달러, 2008년 49억달러, 2011년 30억달러 등 총 200억달러에 그친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KIC에 추가 위탁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적정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비상금이고 위기에 대비할 충분한 수준을 갖춘 뒤 여유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운용하라고 KIC에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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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KIC의 미묘한 관계도 추가 위탁에 걸림돌이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과 KIC의 기능이 사실상 겹치는 상황에서 견제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 'KIC 폐지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올 초 한국은행의 KIC 흡수를 골자로 한 법안이 추진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운용성과 측면에서 경쟁이 되기 때문에 한국은행 외자운용원과 KIC를 이원화한 운영 방식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다만 추가 위탁을 포함해 국부 운용에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는 어떤 식으로든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