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밸류 방어부터 하자

[기자수첩]밸류 방어부터 하자

서진욱 기자
2024.12.12 05:21

113조원. 지난 3일 밤 느닷없이 터진 비상계엄 사태로 4거래일 동안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이다. 증시는 10일 반등에 성공했지만 계엄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투자자마저 6~10일 2조2396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증시를 떠나고 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피의자들이 한국 경제에 끼친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원/달러 환율, 대외 신인도, 소비 심리 등에 작용한 악영향을 고려하면 계엄의 경제적 손해는 수백조원에 달할 수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밸류업 정책 효과도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국 혼란이라는 거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기반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 사그라졌던 밸류업 분위기를 띄우려던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최근 밸류업 공시 참여가 늘어나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불확실성이 큰 계엄 후폭풍 리스크가 추가되면서 상장사의 주주환원 정책 여력은 축소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밸류업 인센티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책 동력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도입이 무산됐다. 안그래도 상장사의 자발적인 밸류업 참여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있어 인센티브 법안 도입이 필요했지만 이마저도 시행할 수 없게 됐다. 당국과 거래소가 밸류업 정책 이행계획을 재설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밸류업 정책을 향한 의구심이 크게 번질 경우 참여 결정을 미루는 상장사가 늘어날 수 있다.

12·3 계엄 사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있어야 재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거취가 정해질 때까지 국회에서 발생할 여야 간 극심한 갈등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치적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다. 비상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만큼은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 주요국 중 꼴지 수준으로 전락한 증시 대응책은 밸류업 정책에 기반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밸류업 전에 밸류 방어부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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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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