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90일 유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 13시간여만에 돌연 90일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125%로 대폭 인상한 것을 두고 중국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채권시장까지 흔들리면서 공화당과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서도 금융위기 우려가 제기되자 관세전쟁의 전선을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으로 좁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취재진을 만나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를 상호관세 유예 예외와 관세 대폭 인상의 이유로 설명했지만 애초에 관세전쟁 목표가 중국 견제라는 점이 더 명확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교통상가에선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무역전쟁이 이날을 기점으로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인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날 관세 유예 소식에 더 주목하면서 급반등했지만 미중 양국의 대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당장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엔 중국이 맞불 관세를 공언하면서도 미국에 꾸준히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연락을 독촉하지만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를 계속 올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소통이 사실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7년 전 무역전쟁 이후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대미(對美) 전략을 꾸준히 다듬으면서 버틸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속도'에 주목하는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중국이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50% 관세를 추가하고 이날 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리기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이날 125% 관세 인상 발표는 상호관세 부과 13시간여만에 나왔다.
중국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조치가 이만큼 신속하고 강경하게 나올지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다. 상황이 예상보다 더 빠르고 깊게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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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관세전쟁은 표면적으로는 무역수지 불균형이나 불공정 무역관행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글로벌 패권 경쟁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도 해법 모색이 쉽지 않다. 중국이 좀처럼 물러서기 어려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이후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 관세전쟁을 본격화하지 않더라도 미중 갈등만으로도 세계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중 양국이 올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