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합리적 기업 거버넌스와 공정한 자본시장 확립

[기고]합리적 기업 거버넌스와 공정한 자본시장 확립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5.07.14 05:08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주주 보호 제도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는 계속 상승세다. 국회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추가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기주식의 원칙적 소각, 의무공개매수, 상장폐지 및 소액주주 축출 제도 정비, 계열사 합병 시 공정가치 평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주 보호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배임죄 범위의 축소, 임원책임배상보험의 현실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정비 등 혁신적이고 안정적 경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에게 전체주식가치를 증대시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기업거버넌스의 문제다. 그런데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거버넌스 개선과 함께 주식시장이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회사 단계에서 주식가치가 증가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가 횡행하면 기업 혁신과 주주 보호의 결실이 주식시장 성장과 국민 부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두 가지 목표는 상장회사 및 내부자와 투자자 간 정보불균형 해소와 정상적 수요공급에 의한 시장 기능 유지에 있다. 주식의 가치는 회사 실적, 기술개발, 중요계약 체결과 같은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 상장회사가 공시 제도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시장에 알려야 하고, 임직원 등 내부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주식거래에 이용하면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상적 수요공급을 방해하여 주가와 시장을 왜곡하는 시세조종이나 불법공매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불공정거래 척결 의지와 관련 대책을 발표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불공정거래는 경제적 동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를 통한 이익보다 적발 시의 손실이 크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조사 인력 및 기술의 확충으로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최근 도입된 과징금, 주식거래 제한 조치를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거래소 심리, 금감원 조사,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검찰의 수사·기소와 대법원 판결 확정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처벌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므로 금융 사건에 전문성을 갖는 기관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사·금융전문법원의 도입이나, 공정위 처분에 대해 사실상 1심 판결의 효력을 부여한 예에 비추어, 불공정거래 관련 금융당국의 조치를 고등법원에서 다투게 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의 실제 피해가 회복되는 것도 중요하다. 벌금이나 과징금 부과만으로 투자자들의 손해가 배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생업에 바쁜 개인투자자로서는 소송을 제기할 유인이 적고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불공정거래 등 위법 사실이 확정되는 경우 투자자들을 대신하여 집단소송이나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공익소송기관의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합리적 기업거버넌스와 공정한 자본시장이라는 두 날개를 통해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이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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