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연기금, 4년만에 삼성전자 주총서 일부 안건 반대표

미국 최대 연기금, 4년만에 삼성전자 주총서 일부 안건 반대표

김지훈 기자
2026.03.11 16:12

개정 상법 시행 전 마지막 주총서 이사회 압박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국내 상장사 주총 표결 참여 계획/그래픽=김지영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국내 상장사 주총 표결 참여 계획/그래픽=김지영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가 4년 만에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을 세운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캘퍼스는 삼성전자(190,000원 ▲2,100 +1.12%) 자사주 취득 안건에 한차례 기권했던 사외이사(허은녕)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반대할 예정이다. 해외 기관들은 개정 상법 시행을 불과 몇달 앞둔 시점임에도 상장사들에 대한 압박에 막판 속도를 냈다.

사외이사 감사위원 합류 반대…집중투표 배제조항 삭제, 상법 개정사항 찬성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26.02.23.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11일 캘퍼스의 해외대리 투표결정 공시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는 18일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허은녕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캘퍼스가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202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캘퍼스는 김한조 사외이사의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 김정훈 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한 바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반대표가 주주이익 대변 등을 요구하는 압박성 메시지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 이사는 2024년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조원 규모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안건에 대해 찬반 표시 없이 기권하며 소수 의견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사다. 자사주 취득에 원칙상 동의하지만 시기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는 김준성 사외이사가 자사주 취득에 홀로 기권(허 이사는 찬성)했다. 허 이사의 2024년 행보와 함께 삼성전자 이사회 소수 의견 사례로 주목받았다.

반면 캘퍼스는 삼성전자의 상법 개정 관련 정관변경 안건에는 지지할 예정이다. 집중투표 배제조항 삭제, 상법 개정사항 반영, 이사 임기 조항 변경, 주식소각 조항 변경 등 정관변경안에 모두 찬성할 뜻을 굳혔다.

개정 상법은 소수 주주 권한 강화와 이사회 견제 기능 확대를 위한 법률이다. 해당 법률에 따라 오는 7월 23일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확대 시행된다. 9월 10일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분리 선출 확대 규정도 적용된다.

풍산 그룹 지주사인 풍산홀딩스(38,650원 ▼50 -0.13%)도 캘퍼스의 새로운 타깃에 올랐다. 캘퍼스는 20일 열리는 풍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과 감사 보수한도안에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군산=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27. photocdj@newsis.com /사진=
[군산=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27. [email protected] /사진=

캘퍼스는 현대모비스(17일 정기주총)에서는 사내이사 8연임에 나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모비스(423,000원 0%) 대표이사)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에도 반대할 예정이다. 캘퍼스는 2023년 3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정 회장 사내이사 선임(7연임)에 반대한 바 있다. 해외 연기금은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오너 일가의 겸직이나 이사회 장악력 강화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제임스 김(KIM James)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이사 회장의 사외이사·감사위원 연임안에도 반대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국내 상장사 압박에 가세했다. ISS는 오는 24일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앞두고 발표한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권고했다.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은 최근 LG화학에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펠리서캐피탈은 제안서에서 LG화학에 대해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70% 넘게 할인돼 있다며 경영진 보상체계를 재검토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이효섭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캘퍼스 표결에 대해 "보팅(의결)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배당의 문제, 적자인 상태에서 임원 보수를 많이 가져가는 것"이라며 "(캘퍼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을 일정부분 (삼성전자에)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을 계기로 해외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경영 개입 시도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상법 개정이 되면 기관 투자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며 "(상법 개정이 되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해서 해소되는 상황이기에 주가 지수가 큰 폭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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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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