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원유수급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락 여파에 국내증시가 널뛰기 장세를 연출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시장의 충격 흡수여력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KRX)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7.36포인트(1.40%) 오른 5609.95에 장을 마쳤다. 지난 9일 5.96% 급락해 5200대로 마감한 뒤 2거래일 연속 반등했다. 핵심변수로는 국제유가가 지목된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 선물가격이 110달러를 돌파한 9일 오전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와 함께 장중 5100대까지 후퇴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시 원유·석유제품 통과량이 하루 2000만배럴에 달하는 핵심 수역이다. 10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해협에 기뢰 수십개를 부설했고, 부설량이 수백개로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같은날 미 중부사령부는 기뢰선을 포함한 이란 선박 16척을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미국·유럽연합(EU)의 이란 제재, 2018년 미국의 대(對)이란 핵협정(JCPOA) 탈퇴와 제재 복원,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암살 등 주요 사건마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 위협이 잇따랐다. 그러나 전면 봉쇄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증권은 육상으로 우회한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1687만배럴의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추산했다. 뱃길이 막힌 걸프 산유국들은 원유 저장고가 차오르자 도미노 감산에 돌입했다. 원유 감산·증산은 수주·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
박주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이라크·쿠웨이트에 이어 OPEC+에서 여유 생산능력이 가장 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저장여력이 3주 내 임계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며 "공급단에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마지노선은 이달 넷째주(23~27일)"라고 밝혔다.
주요 7개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방출을 시사한 비축분 3~4억배럴은 해협 봉쇄를 18~24일간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이다. 실제 입찰부터 공급까지 25~31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약 한달간 시장심리를 안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제유가에 전쟁 프리미엄이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개전일로부터 4~6주의 해협 봉쇄를 예상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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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역사적 선례로 추정하면 1개월간 하루 100만배럴의 공급차질 발생이 예상될 경우 배럴당 2.6~3달러의 프리미엄이 부가되는 경험칙이 존재한다"며 "WTI의 장중 고가인 배럴당 119.48달러를 기준으로 프리미엄은 59~65달러를 기록했고, 환산하면 (시장은) 다음달 4~7일 봉쇄 종료를 상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같은날 "WTI는 배럴당 87달러대로 안정화됐으나 정책개입 기대가 만든 단기 되돌림"이라며 "물론 비축유가 3~4억 배럴 방출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업용 재고의 10%가 증가할 수 있지만, 해협 통과물량 기준 3~4주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는 강보합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하루에 배럴당 4달러씩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유가 등 제반 가격지표가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 최고사령관인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했을 때 작전이 종료될 것이라고 밝힌 1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브리핑은 이란의 명시적 항복을 종전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이란도 아직 뚜렷한 대화의지를 보이지 않지만,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고 기뢰 부설도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제반 가격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전략에 기대어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