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17)]엔디비아 파트어 톱픽, 전력반도체 나비타스 세미컨덕터-NVTS (2/2)

엔비디아가 찍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나비타스는 은퇴연령에 근접하는 50대 엔지니어들이 세운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창업자 진 세리던은 1966년, 공동창업자 댄 킨저는 1956년생으로 각각 클라크슨대와 프린스턴대를 1988년, 1978년 졸업했다. 창업당시 나이가 48, 58세였다. 칭와대 출신으로 모토로라와 루슨트 파워시스템즈에서 근무했던 제이슨 장도 창업에 함께 했는데 그 나이가 40대 후반이었다. 회사 설립 1년 뒤 조인해 마케팅을 전담한 스티븐 올리버도 비슷한 나이였다.
진 셰리던은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뉴욕주 포킵시에서 자랐는데 어린시절부터 물건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걸 좋아하는 공대생 기질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클라크슨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IR(International Rectifier)이라는 미국 전력반도체 기업에 입사했다.
IR은 1970~80년대 상용파워 MOSFET(HEXFET)을 세계 최초로 대량 양산, 전력반도체의 '실리콘 혁명'을 이끈 회사로 1947년 설립돼 2015년 인피니언에 매각됐다. IR에 기술자로 입사한 셰리던은 18년이 지나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엔지니어링, 제조, 마케팅을 모두 거쳤다. 연 매출 8700억원(6억달러) 규모의 사업부를 이끌었고, 사내 벤처로 1000억원짜리 신규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6년 셰리던은 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브릿지코(BridgeCo)라는 작은 반도체 스타트업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도 그는 큰 성과를 냈다. 브릿지코는 무선 오디오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집집마다 놓인 블루투스 스피커, 무선 이어폰 안에 브릿지코 칩이 들어갔다. 실적은 폭발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결국 스탠더드 마이크로시스템즈(SMSC)가 브릿지코를 통째로 인수했다. 셰리던은 인수 후에도 SMSC의 무선사업부 수석부사장(SVP) 일했다.
그가 새로운 창업을 생각한 건 실리콘을 소재로 한 전력반도체가 기술적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였다. IR 근무시절 갈륨나이트(GaN) 연구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었는데, 그 때부터 거의 머릿속에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아이디어가 항상 있었다고 셰리던은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전자기기가 고도화되면서 소요하는 전력도 점차 커졌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전력반도체만 여전히 실리콘 소재에서 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섭씨 150도만 넘으면 고장 나는 소재. 스마트폰 충전기가 불에 달 듯 뜨거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14년 1월 셰리던은 나비타스 세미컨덕터를 창업했다. 공동창업자는 댄 킨저.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학물리학을 전공한 뒤 IR에서 25년간 R&D를 이끈 기술의 신이었다. 특허만 180개 이상. 2018년에는 전력반도체 학회(ISPSD) 명예의 전당에 초대 헌액된 인물이다.
두 사람이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로 의견을 모은 건 갈륨과 질소를 합친 질화갈륨(GaN)이었다. 실리콘 대비 이론적 장점은 압도적이다. 전자가 10배 빠르게 움직이고 300도 이상 고온에서도 버틴다. 같은 크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전력이 3배. 충전기를 절반 크기로 줄이면서 2배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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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는 전기의 밸브다. 220V 콘센트 전기를 스마트폰이 충전할 수 있는 5V로 바꿔주기 위해 전력반도체는 밸브를 1초에 수백만 번 열렸다 닫는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열로 새어나간다. 충전기가 뜨거워지는 이유다. 질화갈륨은 실리콘보다 100배 빠르게 스위칭할 수 있어 열 손실이 적고 크기도 작아진다.
문제는 기술. 질화갈륨은 뛰어나지만 당시에는 양산화 기술이 없었는데 이를 나비타스가 해냈다. 전력소자(스위치)와 제어회로(드라이버)를 하나의 칩에 통합한 형태로 GaN 파워 IC를 상용한 것이다. 기존에는 여러 부품을 따로 조립해야 했던 걸 레고 블록 하나로 끝내버린 것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완성한 나비타스의 첫 번째 아이템은 스마트폰 충전기였다. 삼성, 샤오미, 오포, 델, 레노버 같은 거인들이 나비타스 제품을 채택했다. 나비타스 칩이 들어간 충전기만 2억개 이상 팔렸다는 게 셰리던의 말이다. 아마존에서 팔리는 소형 고속충전기는 거의 나비타스 칩을 쓴 것이었다.
하지만 충전기 시장은 곧 레드오션이 됐다. 중국 저가 업체들이 가세한 2024년부터 나비타스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고 주가도 고점대비 70% 넘게 빠졌다. 나비타스는 저가 소비자 충전기에서 손을 떼고 고전력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진이 10배 이상 높은 시장이다. 비용은 쌓여갔고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회사로선 운명을 건 베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나비타스는 형편없는 회사가 되고 있다는 월가의 우려가 빗발쳤다. 2024년 매출 1208억원(8330만달러), 2025년 매출 666억원(4590만달러). 1년 만에 매출이 45% 급감했다.
고전하던 나비타스의 운명이 바뀐 건 2025년5월 21일. 서버의 전력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을 동시에 고민한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서버 루빈(Rubin)의 전원 공급 파트너 14개사를 발표했는데 나비타스가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나비스타는 질화갈륨과 탄화규소(SiC)를 소재로 한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동시에 보유한 '퓨어플레이' 기업으로 유일했다.
엔비디아는 왜 나비타스를 찍었을까. 지금 AI 서버는 전력을 미친 듯이 먹어치운다. 엔비디아 H100 서버랙 하나가 40kW를 소비한다. 차세대 루빈 울트라는 무려 480kW. 아파트 한 동이 쓰는 전력을 서버랙 하나가 잡아먹는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전압을 올려야 한다. 굵은 전선은 비싸고 열이 나고 공간을 잡아먹는다.
엔비디아는 서버에 공급하는 전압을 기존 48V 대신 800V로 올리면 같은 전력을 16분의 1 전류로 보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원 공급 파트너를 재편한 것이다. 전압이 높으면 전선이 가늘어지고 효율이 올라가지만 800V를 다루려면 고전압에 버티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여기서 고전압 AI 전원장치에서 최고 수준의 효율을 보인 나비트스가 빠지기는 어려웠다.
2025년 9월 나비타스 창업차 셰리던은 CEO에서 물러나고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파워사업부를 이끈 크리스 알렉산드레가 새 CEO에 올랐다. 알렉산드레는 2025년 4분기 매출 101억원(700만달러)이 바닥일 것이라며 2026년부터 점진적 성장, 2027년 AI 데이터센터 매출 본격화를 예고했다.
2026년 3월 현재 나비타스 시가총액은 약 2조7400억원(18.9억달러). 2025년 매출 666억원 대비 주가매출비율(PSR)이 41배에 달한다.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그러나 2026~2027년 양산돼 본격적인 매출로 집계될 수치가 상당하다. AI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시장이 폭발하면, 매출이 수직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알렉산드레의 설명이다.
한국기업들도 전력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곳들이 많다. DB하이텍은 질화갈륨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고 전력반도체 R&D를 진행 중이다. 탄화규소 쪽으로는 두산이 주목된다. 2025년 12월 SK실트론을 인수 확정하며 탄화규소 웨이퍼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 LX세미콘은 2021년 LG이노텍으로부터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를 인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