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친환경으로 전환할때 필요한 자금을 장기 고정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금융 구조인 C-PACE(씨페이스)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금리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친환경 설비 투자가 비용을 낮추는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C-PACE를 두고 건물주와 기관투자자들 관심이 동시에 커진다.
최근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알렉산드라 쿨리 누빈 그린캐피탈 CEO(최고경영자)는 "C-PACE는 기존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상환 순위가 앞서는 구조적 안정성이 강한 금융 상품"이라며 "지난 10년간 원금 손실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이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쿨리 CEO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예일대학교에서 MBA(경영학 석사)와 환경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최초의 친환경 정책 금융기관인 코네티컷 그린뱅크에서 1억달러 규모 금융상품을 관리해본 경험을 토대로 2015년 C-PACE 전문 금융기업 그린웍스 랜딩을 공동 설립했다. 회사는 2021년 세계 5대 부동산 투자운용사인 누빈자산운용에 인수됐고 그는 현재 누빈 그린 캐피탈에서 CEO와 CIO(최고투자책임자)를 맡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금융구조인 C-PACE는 역사는 짧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주정부가 에너지 절감이나 친환경 전환을 목표로 한 건물 개보수 공사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건물주는 C-PACE를 활용해 장기 고정금리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일반 부동산 대출과 달리 일시에 상환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해 걸쳐 나눠 갚는 방식이어서 부담이 낮다. 상환 방식이 세금과 유사해 기존 담보대출보다 상환 순위가 앞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미국 내 C-PACE 시장은 최근 몇년 사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누적 자금 집행 규모는 약 120억달러에 이르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코로나19와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있었던 최근 3년 사이 이뤄졌다. 현재 미국 40여개 주에서 C-PACE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누빈 그린 캐피탈의 AUM(운용자산)은 설립 이후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을 이뤄왔다.
쿨리 CEO는 "미국 상업용 건물 상당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인만큼 에너지 효율 개선과 기후 대응 투자 수요가 꾸준히 존재해왔다"며 "특히 최근 몇년간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축소되며 C-PACE는 자금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기관투자자들도 C-PACE 구조에 익숙해지며 안정적인 대체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빈 그린캐피탈은 미국 내 주요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에 C-PACE를 접목하며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 기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인 나프탈리(Naftali)와 마이애미에서 약 4억달러 규모 콘도 개발 프로젝트에 약 2억달러의 자금을 제공하며 시장 주목을 받았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에서는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해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적 착공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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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 CEO는 지정학적 갈등이 C-PACE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건물주들이 비용 구조를 안정화시키고자 청정에너지 도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누빈 그린캐피탈은 미국을 넘어 영국 등 해외 시장으로 C-PACE 모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쿨리 CEO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의 가치가 높아진다"며 "C-PACE는 부동산 관련 기관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장기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