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도 좋다"던 KT·LGT 막판 800㎒ 경쟁..."내수 단말기 확보에 유리"
'황금주파수는 따로 있다?'
800㎒와 900㎒ 저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한 제안서 접수가 31일 마감되는 가운데 KT와 통합LG텔레콤이 800㎒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800㎒나 900㎒ 모두 효율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경쟁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두 회사가 제안서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800㎒ 주파수에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30일 관련업계는 KT와 통합LG텔레콤이 800㎒ 주파수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가 '단말기 확보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휴대폰시장 규모는 연간 2300여만대. 이 물량 가운데 절반은 SK텔레콤을 통해 공급되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KT와 통합LG텔레콤을 통해 판매된다. 한 모델이 한달에 10만대 이상 판매되면 '인기상품'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국내 휴대폰시장은 규모에 비해 신종모델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SK텔레콤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먼저 선보이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연간 50여종의 휴대폰을 새로 선보이고 KT가 40여종, 통합LG텔레콤이 20여종의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SK텔레콤(86,500원 ▲8,500 +10.9%)은 2세대(2G)에서 800㎒ 주파수를 사용하고 3세대(3G)에서 2㎓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3G 가입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아직도 SK텔레콤 가입자의 절반에 달하는 1000만명은 2G 서비스를 이용중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도 800㎒ 주파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종 휴대폰을 꾸준히 선보였다.
KT(64,500원 ▲200 +0.31%)도 3G 서비스는 SK텔레콤과 동일한 2㎓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2G용은 1.8㎓ 주파수를 사용한다. 반면 통합LG텔레콤은 1.8㎓ 주파수만 현재 사용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900㎒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800㎒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단말기 확보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통신업체가 단말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신모델을 먼저 확보하려면 '물량 개런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900㎒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주파수 고립'에 따른 단말기 확보에 차질을 빚어질 공산이 큰 셈이다.
800㎒ 주파수 확보에 대한 '절실함'은 통합LG텔레콤이 더 강하다. 현재 사용하는 1.8㎓ 주파수도 사실상 '고립 주파수'인데 여기에 900㎒까지 갖는다면 LG텔레콤의 단말기 경쟁력은 더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LG텔레콤 관계자는 "1, 2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합하면 시장의 80%인데 1, 2위 사업자가 동일한 주파수대역을 사용하는 것은 경쟁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800㎒ 주파수가 KT로 가서는 안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KT 역시 800㎒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KT 입장에서도 굳이 900㎒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KT는 시장의 주류가 3G로 바뀌면서 단말기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애플 '아이폰'을 국내에 공급하면서 KT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800㎒가 아닌 900㎒를 선택하면 삼성전자와 단말기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KT의 속내다.
KT 관계자는 "900㎒용 단말기는 수출량이 많아서 수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800㎒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경쟁사보다 고득점을 받으라는 '특명'이 내려진 상태다. 고득점을 받은 사업자가 주파수를 우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KT나 통합LG텔레콤 관계자들은 "우선 선택권을 확보해야 회사전략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며 고득점 확보를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