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나라에서 발생한 사고였는데도 (원전 안전 관련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구요. '만약 이번 일이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아찔하더라구요."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지 일주일쯤 지난 후 국내 원자력 안전 및 방재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난 후 우리 정부가 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현지 상황 파악과 교민들의 안전 확보, 그리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차 통화를 해 보면 "우리도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서 듣는 것이 전부"라는 말이 반복됐다. 또 인근 교민들에 대한 대피나 귀국권고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F학점'이었다. 사고 초기 "한국은 안전하다"만 반복하다가 국민들의 불안감이 한껏 확대되고 나서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왜 처음부터 그 결과를 가지고 안심을 시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었고, 또 직원들이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채취해 온 시료에 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 중, 계산의 실수로 해당 농축계수를 잘못 표기해 '한반도 근해 조개류에 방사능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를 유발시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2월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원자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약 10여년동안 문제가 없던 부품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 때문에 관련된 행동요령이 없었고, 연구원측은 비상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다 1시간을 넘게 시간을 보냈다.
국제적으로 한국은 원전 설계나 운영은 물론, 안전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만 봐서는 실제로 국내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적 명성에 걸맞게 대응을 할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21일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긴급소집해 오는 2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국내 원전 안전을 총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점검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때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은 적정한지, 인근 주민들은 대응책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등 등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