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만든 국감자료, 의원님 박사논문용?

밤새 만든 국감자료, 의원님 박사논문용?

강미선 성연광 기자
2013.10.08 05:35

'서류잔치' 국감, 행정부 감시·견제 무관한 자료 제출 요구 많아

국정감사는 흔히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군기잡기' 결정판으로 불린다. 그 수단 중 하나가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 대한 자료요청.

의원들이 자료를 요목조목 분석하고 국감 회의장에서 언성을 높이며 질의하고 따질 때 각 부처 장·차관들은 진땀을 흘린다. 공무원들이 행정업무는 제쳐둔 체 서류뭉치를 들고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17대 국회 때 A보좌관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1.5톤 트럭 3대 분의 자료를 요청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한 공무원은 "10년치 자료를 프린트해서 달라고 할 때는 아찔하기 까지 하다"고 말했다.

한 여당의원 보좌관은 "국감은 자료를 분석해 문제를 찾아내는 '자료와의 싸움'"이라며 "보좌관들의 능력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보좌진들 눈치를 보면서 경쟁적으로 자료확보에 욕심을 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의원님 논문자료 좀 챙기고 가실게요~

행정부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국감 본연의 취지와 무관하게 자료 요청이 이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의원님 논문용'. 피감기관에 대한 정책 질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원이나 의원 지인의 학위 논문을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 행정부처에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다. 정부의 고급 인력들이 국회 제출용으로 만든 자료 인만큼 정확도나 완성도가 보장되는 셈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밤새 자료를 만들어 가져갔더니 정작 국감장에서는 관련 질의가 없어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의원 본인이 박사 학위 논문에 활용하려고 보좌진을 통해 자료 요청을 했더라"라며 허탈해했다.

친분 있는 경쟁사업자의 민원을 해결해주기 위한 자료 요청도 있다. A사의 부탁으로 경쟁사인 B사와 관련된 행정처분, 영업 관련 자료 등을 요청하는 것.

국회 관계자는 "국감 시즌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기업들도 의원이나 보좌관 관리에 나서는데 의외로 경쟁사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수확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위한 '압박성' 자료요청도 있고 아예 대놓고 지인들이 부탁해서 그런다며 지인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린터기 들고 국회로…인쇄소 전단지까지

국감 기간 국회 복도에는 이동식 공무원 사무실이 차려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각 부처에서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들고 나와 아예 진을 치는 것. 국감 진행 동안 자료 제출 요구에 실시간 대응하기 위해서다.

종이로 뽑아서 의원과 보좌관, 국감 참석자 등에게 줘야하기 때문에 프린터기를 가져오는 것은 필수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오전에 질문을 쏟아내면서 추가 자료를 달라고 재촉하던 의원실에 자료 뭉치를 갖다 줬는데 오후에는 정작 해당 의원이 국감장에 나타나지도 않아 허탈했던 적도 많다"고 말했다.

'서류 잔치' 국감 때문에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바로 인쇄소. 국감을 앞두고 국회 인근에는 인쇄업체의 홍보용 전단지가 부쩍 많아진다.

한 정부부처 고위공무원은 "국감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정부도 국회도 잘 알지만 1년에 한번 일회성으로 끝나는 데다 서로 갑·을 관계에 놓인 집단이라 누가 먼저 나서서 시스템을 개선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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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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