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E2 활성 항체 적용해 저산소증 감소… 항암제 효과·면역세포 활동 ↑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박진성 연구원(KAIST 박사과정생)이 암 혈관을 일반 혈관처럼 정상화하면 암의 진행과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암은 성장과 전이를 위해 스스로 혈관을 만든다. 그러나 암 혈관은 정상 혈관과 달리 구조와 기능이 매우 불안정하다. 혈관 주위를 감싸는 주변지지세포가 없고, 혈관내피세포 사이 틈이 벌어져 있다.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며 종양 주위 조직으로 새어 나온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암 혈관의 특징은 종양 내 저산소증을 크게 유발하며 항암제 전달도 어렵게 한다. 저산소증은 특히 암의 유전적 변이와 암혈관신생을 촉진하는 원인이다. 저산소증은 암 혈관을 자라게 하고, 암 혈관은 저산소증을 악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물게 된다. 즉, 저산소증은 암이 성장하는 강력한 동력인 셈이다.
암혈관신생을 억제해 암을 치료하려는 연구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이뤄져왔다. 최근 환자 대상의 치료제도 개발됐다. 하지만 혈관신생 억제제는 한정된 종류의 고형암에 치료 효과를 보일 뿐 암 억제 효과가 미미해,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혈관신생 억제제를 사용하면 종양 내부의 저산소증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저산소증은 암의 약물저항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암 진행과 전이의 주원인이므로,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
먼저 암혈관신생 과정을 규명하고, 항체를 통해 암 혈관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다. 불규칙하고 조절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되는 암혈관신생 과정은 구조적·기능적으로 불안정한 신생혈관을 만들어낸다. 불안정한 암 혈관은 투여한 항암제를 종양 내부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항암치료의 장벽이 된다. 연구진은 암 혈관이 정상화되면 암세포로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저산소증에 의한 암 진행과 약물저항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정상화된 혈관으로 항암제와 면역세포의 침투도 원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혈관의 분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수용체 단백질 TIE2는 암 혈관에 발현이 높다. 연구진은 암혈관의 TIE2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암 혈관을 안정화하면서 주변지지세포들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제작한 TIE2 활성 항체를 3종류의 종양(뇌종양·유방암·폐암) 실험동물에 투여, 암 혈관의 TIE2를 활성화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TIE2 활성 항체는 불안정한 암 혈관을 정상 혈관으로 만들어갔다. 종양 내부로 혈류가 증가해 충분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며 약물 전달량과 면역세포의 침투가 증가했다. 또 혈액 누출은 줄고 부종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항체와 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면 항암제만 투여했을 때보다 종양 크기가 40% 감소하고, 평균 생존기간도 42% 이상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암의 영양보급로 역할을 하는 혈관신생을 막아 암을 치료하는 혈관신생 억제 연구의 방향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혈관신생 억제제가 저산소증을 일으켜 치료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에 착안, 오히려 암 혈관을 정상화한다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연구와 치료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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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영 단장은 “암 미세환경을 총체적으로 변화시켜 치료에 용이한 환경을 만든다는 개념은 향후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암 연구 분야 국제학술지인 캔서 셀지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TIE2 수용체:혈관내피세포 표면에 존재하며 혈관의 분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TIE2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혈관내피세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TIE2 수용체의 양이 줄거나 기능이 사라지면 혈관이 불안정해진다.
▷TIE2 활성 항체:암혈관에 선택적으로 높게 발현하는 TIE2 수용체 단백질에 착안해 개발된 활성항체이다.
▷암혈관신생:암 조직이 급속한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주변에 혈관 신생을 유도하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가는 현상.
▷고형암:혈액암을 제외한 덩어리로 이뤄진 모든 암으로 고형장기에서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유방암, 갑상선암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