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킥IT!] 버추얼 유튜버 일서 대호황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눈동자, 찰랑거리는 머리칼 대신 굵은 펜 터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눈웃음을 치자 1000엔(약 1만500원), 5000엔씩 슈퍼챗(실시간 후원금)이 쏟아진다. 연신 "아리가또"(고맙습니다)를 외치는 이 캐릭터의 이름은 '루시아'다.
사람이 아닌 가상 캐릭터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가 빠르게 유튜브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뤄진 캐릭터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한다.
20일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슈퍼챗 상위 30개 채널 가운데 22개 채널이 버추얼 유튜버다. 1위를 기록한 '루시아'(Rushia) 채널은 지난달에만 우리돈 2억1961만원을 슈퍼챗으로 벌었다.
버추얼 유튜버는 2016년부터 일본에서 등장한 '키즈나 아이'가 시초다. 10대 소녀를 모티브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유튜버는 수천명으로 지난달 슈퍼챗 상위 22개 채널도 모두 일본 채널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모션 캡처'(Mortion Caputer)로 모델링(Modeling) 한 가상의 캐릭터에 실제 성우가 목소리를 덧입히는 형태다. 보통은 10대 소녀 캐릭터에 걸맞은 여자 성우가 목소리를 연기하지만, 남자가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한다. 이 같은 콘셉트가 의외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본의 버추얼 캐릭터들은 실시간으로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와 공감한다. 함께 게임을 공략하기도 하고 고민 상담 등을 진행한다. 일본인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부담을 낮췄다는 평가다. 높은 인기에 일본 연예 기획사는 전문 배우를 채용해 기업형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이 유튜브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역은 없다. 생방송 소통 방송을 비롯해 먹방, 게임방송, 댄스 등 기존의 인간 유튜버들이 활동한 모든 장르를 섭렵한다. 오히려 신체와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다. 이른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Metaverse) 세계다.
버추얼 유튜버의 인기는 일본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AOS '롤'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2018년 말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K팝 걸그룹 'K/DA'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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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많은 수의 버추얼 유튜버가 활동하는 중이다. 국내 최초의 버추얼 유튜버는 '에픽세븐' 제작사 '스마일게이트'가 게임 홍보를 위해 만든 '세아'로 2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기준 유튜브 구독자가 7만3000명에 달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홍보를 위해 시작했지만 새로운 시도와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왔다"며 "처음에는 영상을 따로 제작했지만, 점차 노하우가 쌓이며 실시간 방송도 진행하고 다른 캐릭터도 등장시키며 진짜 유튜버처럼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뽀키(구독자 25만명), 슈블(7만1000명), 레비(1만2500명) 등 100여명의 버추얼 유튜버가 활동 중이다. 아뽀키는 K팝 커버댄스, 슈블은 여성 캐릭터와 남성 목소리 조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가상 캐릭터에 대한 수용성이 일본보다 낮아 대중적 인기는 얻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의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아바타 등 가상 캐릭터와 친숙한 MZ세대를 통해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호찬 샌드박스네트워크 애니메이션스튜디오 팀장은 "서브컬쳐, 오타쿠 문화 기반의 일본형 버추얼 유튜버는 여전히 문화적 진입장벽이 있다"면서도 "아뽀키와 같은 한국만의 독창적 버추얼 유튜버가 꾸준히 시도된다면 더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