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사업으로 방향을 튼 페이스북의 차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메타버스가 사회적으로 악용될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앤드류 보즈워스 페이스북 리얼리티랩(Facebook Reality Labs) 부사장이 이같은 우려를 나타낸 회사 내부 메모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즈워스 부사장은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는 키맨(Key-man)으로 내년 '메타'의 CTO로 취임을 앞두고 있다.
FT에 따르면 보즈워스 부사장은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메타버스가 디즈니 수준의 안전을 갖기를 원한다"면서도 메타버스에서의 이용자 언행을 제어하기 어려워 사생활 침해 등 각종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희롱이나 혐오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며 여성과 소수자에게 유해한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즈워스 부사장은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다른 이용자에 대한 괴롭힘이나 유해 행동이 극대화 돼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에서는 텍스트·이미지·비디오 형태의 유해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이 3차원 아바타에 몰입해 현실에서처럼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타버스에서 유해 환경이 조성돼도 페이스북으로서는 사실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수십억건에 달하는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사업 전초 기지인 리얼리티랩에도 이를 관리할 안전 책임자가 없다.
보즈워스 부사장은 우선 기존 페이스북 이용 규정 수준 이상의 규정이 메타버스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할 계정을 이용자 1인당 1개씩만 발급할 수 있도록 해 문제를 일으킨 이용자는 영구 차단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나아가 메타버스나 VR·AR·MR(혼합현실)을 개발하는 개발자들 사이에 통용될 안전 표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즈워스 부사장은 메타버스 역시 페이스북처럼 '광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가 선택한다면 안전보다 표현이 더 중요한 '공공의 광장'을 찾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가상현실에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