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파동' 극복한 기업硏, 40년 뒤 기술경쟁 '기초체력' 됐다

'석유파동' 극복한 기업硏, 40년 뒤 기술경쟁 '기초체력' 됐다

변휘 기자
2021.11.22 05:40

[기업硏 인정 40년, 국가 R&D의 진화-①]
'연구하는 기업에 혜택을'…기업연구소, 어떻게 '폭풍성장'했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 소개영상 이미지./사진=유튜브 산기협TV 화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 소개영상 이미지./사진=유튜브 산기협TV 화면

#. 1973~1974년, 1978~1980년. 두 차례의 '석유파동(Oil shock)'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전 세계가 경제 불황과 경기 침체 등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반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고속 성장에 고무돼 있던 한국은 오일쇼크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 세계적인 기술 보호주의 기조에 따른 서방 선진국의 기술이전 기피를 경험하게 됐다. '국제 공조'를 앞세우면서도 언제든 자국 우선으로 돌아설 수 있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마주한 우리 정부가 '기술 확보를 통한 수출증대'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게 된 계기다.

당시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기술 경쟁력의 한 축으로 민간을 주목했다. 공공부문 홀로 주도하는 R&D(연구개발)의 한계를 넘어 개별 기업들이 저마다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R&D 역량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란 구상이었다. 이에 정권 차원에서 1979년 당시 매출액 300억원 이상 대기업의 민간연구소 설립을 적극 권장했고, 산업계도 적극 호응하면서 1981년 10월 46곳이 처음으로 '기업연구소 인정제도'의 대상이 됐다.

석유파동이 알려준 냉혹한 국제 현실…"기업 R&D 키우자"

이렇게 출발한 '기업연구소 인정제도'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연구소를 인정하고 조세·병역특례 등 혜택을 부여해, 기업의 R&D 활동을 육성?지원함으로써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취지다. 제도의 출발을 뒷받침한 시대적 배경인 '석유파동'은 교과서에 나오는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됐지만, 그 취지는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도 도입으로 축적되기 시작한 국가 R&D 기초체력은 40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21일 산기협에 따르면, 인정 기업연구소는 1981년 46개에 이어 1991년 1156개, 2001년 8810개, 2011 2만4099개, 올해는 4만4547개, 무려 966배로 폭풍 성장했다. 또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국가 R&D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전체 인정 대상 연구소 중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95.4%로 적어도 양적 측면에선 눈부신 성과를 낳았다.

정부가 주도하던 국가 R&D 부담을 민간이 나눠지는데도 기여했다. 40년 전 국가 전체 R&D 인력의 8%에 불과했던 민간 R&D 인력 비중은 올해 72%까지 급증했다. 기업의 R&D 투자비 액수도 40년 전 1652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는 71조5067억원으로, 무려 432.8배가 됐다.

특히 제도 도입 10주년이었던 1991년 기업연구소 인정 및 관리업무가 사단법인 산기협에 이관되면서 정부 주도의 제도가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 이는 R&D 필요성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했으며, 자연스럽게 기업연구소 개수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배경이 됐다.

'인정' 기업연구소 40개→4만4547개 '폭풍 성장'

국가 R&D의 기초체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한 기업연구소 인정제도는 최근에도 그 중요성을 과시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이 돌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했지만, 단기간 국산화 대체하면서 결과적으로 대일 수입의존도를 크게 낮췄는데, 이를 뒷받침한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기업연구소 인정제도로부터 출발했다는 평가다. 또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 역시 글로벌 밸류체인의 취약함, 미중 간 기술패권경쟁 심화 과정의 단면인 만큼 우리 기업의 기술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과제도 산더미다. 인정 받은 기업연구소는 그간 양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실제 각 연구소의 질적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중소기업 연구소의 고급 인력 확보는 단순히 산업계와 과학기술계를 넘어 교육계도 협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권석민 과기부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은 "최상위권 대기업은 지금까지의 R&D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중소기업들에 대해선 현재 역량을 면밀히 측정하고, 그에 대한 맞춤 컨설팅으로 연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맞춤 지원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도 "기업의 R&D 환경이 큰 폭으로 변화한 만큼, 이에 발맞춰 기업연구소 인정제도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며 "산기협은 현장 수요 발굴과 정책 제안 등을 통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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