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익숙하고 안전한 앞바다를 벗어나서 거친 대양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 25(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키노트를 통해 박용현 넥슨게임즈(11,860원 ▼240 -1.98%) 대표이사가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게임 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체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 PC방 게임과 스팀 순위 상위권 게임들은 대부분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이라며 "틱톡과 유튜브의 매출이 모바일 게임을 앞지르는 등 모바일 앱 시장 내 게임의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키지 게임은 유저 눈이 높아지면서 퀄리티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20년에 이미 7억달러, 우리 돈 1조2000억원의 개발비를 들였고, 2000만장 이상은 팔려야 본전을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게임 시장 정체기를 맞아 '빅 게임'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빅 게임이란 규모와 퀄리티 양쪽 모두 글로벌 시장의 기존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타이틀"이라며 "중국은 약 600억원의 개발비로 만든 '검은 신화: 오공'을 2500만장 팔고, 동유럽의 '킹덤 컴: 딜리버전스 2' 역시 약 600억원의 개발비로 초동 판매량 275만장을 기록하는 등 중국과 동유럽 회사들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간 넥슨게임즈가 빅게임 개발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0년 넘게 게임을 만들어온 경험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막상 해보니 아예 다른 물건을 만들고 파는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먼저 한국식 마케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 게임사들은 출시 두 달 정도 전부터 게임 스크린 샷이나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려 왔다"며 "반면 글로벌 게임사들은 출시 3~5년 전부터 트레일러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땅이 좁고 특히 서울에 인구 밀도가 높아 2개월 만에 높은 마케팅 효율을 거둘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땅이 넓어 돈으로 인지도를 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발 과정에서도 그간의 경험이 통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우리가 글로벌 트리플A 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없지만, 목표로 삼을 견본이 있으니 가능할 줄 알았다"며 "오히려 그동안 게임을 만들어 온 경험이 빅 게임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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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대사 중심으로 간결히 전달하는 반면, 글로벌 트리플A 게임은 영화처럼 섬세하고 사치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가성비 방법론' 안에서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그 틀 안에서 사고하고, 그 무의식에 맞춰서 경쟁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개발 조직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발 인원은 40명 내외일 때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이고, 150명 남짓까지는 조직의 힘으로 개발할 수 있다"며 "이에 해외 빅 게임사들은 전체 투입 인원이 1000명이 넘어도 글로벌 지사별로 100여명 정도로 나눠 조직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이어 "그들도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낸 방법일 것이며, 상황이 다른 우리에게도 통하는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문제는 우리의 방법이 통하지 않으니 새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럼에도 한국 게임사들이 빅 게임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직 한국은 실리콘 밸리처럼 개발비가 한없이 비싸지 않고,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가 많은 등 강점이 있다"며 "K-컬처의 유행 등 요인으로 우리에게 시장을 뚫을 기회로 주어진 시간이 앞으로 수년은 있다"고 말했다.

NDC 25는 24일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의 환영사와 함께 개막했다. 이 대표는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때, 넥슨은 주요 IP(지식재산권)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올해 NDC가 이러한 고민의 과정과 방향성을 업계와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NDC 25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3일간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및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다. 게임 개발과 관련된 총 10개 분야 49개 세션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