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리려면, '최선 다한' 의료진 경과실 책임 면제해야"

"필수의료 살리려면, '최선 다한' 의료진 경과실 책임 면제해야"

홍효진 기자
2025.09.08 16:47

의협, 의료분쟁 법·제도 개선안 공청회 개최
"의료진 경과실 책임 면제해야…'무과실 보상 제도' 도입"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등이 공동 주최한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등이 공동 주최한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 이에 따른 비용 등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단 의견이 나왔다. 의료 행위 중 '최선을 다한' 의료진의 사법적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등이 공동 주최한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진의 사법적 부담이 매우 크다"며 "의료진 경과실의 책임을 면제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일부와 필수 의료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부담하는 '무과실 보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가 연구 책임자로 나선 의료사고 민·형사 소송 조사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연평균 입건된 의사 수는 735명, 실제 유죄 판결은 20여명 내외다. 일본의 경우 의료사고 소송 건수는 후쿠시마현 오오노병원 내 산모 사망 사건이 발생한 2004년 1100건으로 정점을 기록 후 감소세를 보여 2023년 610건까지 줄었다. 소송 인용률(승소율)은 20% 전후로 낮은 편이다.

서 교수는 "한국은 국민 정서상 의료진 대상의 소송 자체가 하나의 '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단 공감대가 있다"며 "민사소송의 경우 의료진을 상대로 매년 수백건이 제기되며 환자 승소율도 절반이 넘는다. 이는 결국 (사고) 위험이 큰 필수과 기피와 소극 진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과실 보상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등이 공동 주최한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왼쪽부터)△김택우 의협 회장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형욱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박명하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 /사진=홍효진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등이 공동 주최한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왼쪽부터)△김택우 의협 회장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형욱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박명하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 /사진=홍효진 기자

무과실 보상 제도는 뉴질랜드의 세계 유일 무과실 손해배상 정책인 사고보상공사제도(ACC)를 본뜬 모델이다. 민간인 간 분쟁이 아닌 현재 뉴질랜드는 ACC를 통해 의사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국가가 운영하는 공사 기금으로 손해액을 보상한다. 서 교수는 "산부인과와 응급의료 등 필수 의료 분야부터 ACC와 유사한 무과실 손해 배상 체계를 우선 도입하고, 재정적 부분은 기금화 또는 일부 금액 보조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 민법과 유사도가 높은 스위스의 경우 인구 대비 의사 밀도가 1000명당 4.1명으로 높아 과도한 의료사고에 노출돼 있다. 다만 판례는 '일반적 전문지식 수준에서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만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 의사에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도 의사의 책임 판단 기준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전문적 기준'으로 두고 의학적 진보 측면에서 유연한 적용을 존중한다. 미래 의료 서비스 발달에 후퇴를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의료 과실 판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서 교수는 "스위스와 독일 모두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한 기소를 하지 않는 방향을 유지 중"이라며 "한국도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에 대해선 특히 필수 의료진을 중심으로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 민사 책임을 통해 환자 피해를 신속히 구제해야 한다"고 무과실 보상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선 의료사고 중과실 범위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단 의견이 나왔다. 김수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3월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안을 발표했고, 5월엔 환자 대변인 제도를 신설한 바 있다. 분쟁조정 제도의 조정 비율 확대 등 제도 개선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의료사고 특화 형사 체계는 복지부뿐 아니라 수사 기관 등 유관 부서 간 협조가 함께 필요하다. 중과실 중심 기소가 필요하단 점에 대해선 합의가 됐지만 중과실 자체의 정의와 유형 기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간질환 환자모임) 대표는 "중요한 것은 중과실의 정의"라며 "형사처벌 특례를 반대하는 의견은 극소수이고 이견은 특례조건에 있다. 의협이 구체적 특례 조건을 제시해야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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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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