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증가하며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감기 등 경증질환 보장 줄이고 중증·희귀난치질환 보장 늘려야"

지난해 국내에서 감기 진료비로 2조1100억원 가까이 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3년 전 9058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시기에 감기 관련 진료가 줄었다가 대면 접촉이 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감기 관련 질환으로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간 돈은 1조5395억원이다. 이에 일각에선 의료비가 계속 증가하고 건강보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증·희귀난치질환 보장 강화를 위해 감기 관련 건강보험 보장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감기 주진단명으로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약제비' 자료에 따르면 급성비인두염, 급성부비동염, 급성편도염 등 감기 관련 주요 상병코드 'J00~J06' 질환에 지난해 지출된 총진료비는 2조1069억원이었다. 3년 전인 2021년 관련 진료비가 9058억원이었던 것 대비 2.3배로 증가했다.
감기 관련 총진료비는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9790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 9058억원으로 줄었다가 2022년 1조5914억원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이 대부분의 방역조치를 해제했던 2023년에는 감기 관련 진료비가 2조111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후 지난해엔 전년보다 소폭(0.2%) 감소한 2조10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감기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1.8%였다. 지난해 전체 진료비는 116조6253억원이었다.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된 감기 관련 진료비는 지난해 1조5395억원이다. 역시 2020년 7234억원, 2021년 6807억원 대비 각각 2.1배, 2.3배로 건보 재정 지출이 늘었다. 감기 관련 약제비만 따로 보면 지난해 약제비로 건강보험공단과 환자 본인이 부담한 금액은 4740억원으로 3년 전 1700억원 대비 2.8배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때 대면 접촉이 줄고 방역지침이 강화하면서 감기 진료가 줄었는데, 이후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이 해제되면서 감기 환자가 늘고 감기 관련 진료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방역지침 완화 등으로 감기로 인한 병원 방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진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간 감기 진료비가 2조원을 상회하면서 일각에선 감기 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을 축소하고 그 재원으로 중증·희귀난치질환 진료의 보장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공개된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의 '우리나라 신약의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 및 합리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 급여된 신약에 투입된 재정은 총 약품비의 약 8.5%, 건강보험 총진료비의 2.1%에 그쳤다.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쓰인 약품비는 전체 약품비 중 3.3%였다.
권용진 교수는 "사회보험을 하는 나라들의 경우 감기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감기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감기 같은 경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을 줄이고 그 진료비를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보장 확대에 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