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제넨텍과 3.5조원 비만신약 '빅딜'
유한양행·대웅제약등 후속 기술수출 기대감

한미약품(501,000원 ▼39,000 -7.22%)이 '기술수출=바이오벤처' 구도를 흔들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제넨텍에 3조원대 비만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두 건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기존 의약품 사업의 견고한 매출을 기반으로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이 기술수출로 이어지면서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전통제약사의 가치평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의 대형 기술이전을 계기로 전통제약사의 후속 계약 가능성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후보로는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등이 거론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25일 로슈그룹 산하 제넨텍과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계약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으로 계약금만 약 2850억원에 이른다. 한미약품의 단일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HM17321은 체중 감량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육 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가 체중과 함께 근육량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 후보물질이다. 제넨텍은 확보한 권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이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사노피에 지속형 당뇨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 시대를 연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기술수출을 주도한 것은 혁신 기술과 신약 후보물질을 앞세운 바이오벤처였다. 기존 제품의 매출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기술이전을 핵심 사업모델로 삼아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에 나선 결과다. 의약품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면서 비교적 긴 호흡으로 기술사업화를 추진해온 전통제약사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한미약품의 계약은 바이오벤처에 집중됐던 시장의 관심을 전통제약사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경쟁하는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대형 계약을 체결한 데다 올해에만 두 건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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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지난 6월에도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계약 규모는 12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다. 자체 지속형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투약 간격을 늘린 후보물질이다.
이에 과거 글로벌 기술이전 경험을 보유한 전통제약사의 후속 파이프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유한양행(83,300원 ▼1,000 -1.19%)은 지난 5월 공개한 '넥스트 렉라자' 후보 가운데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YH35324),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YH25724', 표적항암제 'YH42946' 등을 중심으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레시게르셉트와 YH42946은 각각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제이인츠바이오에서 도입한 후보물질로 글로벌 임상 2상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벤처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얀센에 기술이전해 글로벌 상업화까지 성공시킨 개방형 혁신 모델을 후속 후보물질에 적용하는 셈이다. YH25724는 제넥신의 지속형 플랫폼 기술로 개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했다가 반환받은 후보물질로, 임상 1상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122,200원 ▼2,400 -1.93%)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 중화권 개발·상업화 권리를 약 4130억원에 기술이전했지만, 지난해 상대 회사의 연구개발 전략 변경으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이어가 환자 모집을 마쳤으며 내년 1분기 예상되는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이전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종근당(67,500원 ▼1,600 -2.32%)은 2023년 HDAC6 저해제 'CKD-510'을 노바티스에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이후 이중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CKD-703'은 자체 개발한 c-MET 표적 항체에 외부에서 도입한 ADC 기술을 결합한 후보물질이다. 올해 4월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1·2a상의 첫 환자를 등록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암 이중항체 'CKD-702'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자체 항체 개발 역량과 외부 플랫폼을 결합해 차세대 항암제 분야의 사업화 기회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JW중외제약(27,200원 ▼400 -1.45%)은 탈모치료제 'JW0061'과 안과질환 치료제 'JW1601'을 앞세워 글로벌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해외 제약사들과 두 후보물질의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가능성을 논의했다.
임상 1상 단계인 JW0061은 모낭 줄기세포의 GFRA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탈모치료제다. JW1601은 2018년 덴마크 레오파마에 아토피 치료제로 기술이전했다가 반환받은 뒤 안과질환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전환했다. 기존 자산의 적응증을 재설계해 사업화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파트너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의약품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전통제약사가 신규 모달리티(약물전달방식) 분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탄탄한 실적 기반을 갖춘 만큼 기술반환이나 개발 실패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흡수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사업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재조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