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임상 뇌전증 신약 '오파칼림' 도입…2029년 미국 출시 목표
엑스코프리 '효능'·오파칼림 '내약성' 앞세워 환자군 확대 추진

"2030년 이후 '엑스코프리'와 '오파칼림'이라는 2개의 블록버스터 품목을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는 글로벌 바이오텍에 도전하겠다"(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SK바이오팜(91,600원 ▲7,200 +8.53%)이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또 다른 뇌전증 신약 오파칼림을 도입하며 단일 품목 중심의 사업구도에서 탈피한다. 엑스코프리의 중장기 특허 만료에 대비해 추가 매출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후속 연구개발(R&D)을 이어갈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오파칼림과 다른 Kv7 채널 활성화제,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996억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4억달러(약 5532억원)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은 바이오헤이븐이 이어가되 비용은 SK바이오팜이 부담한다.
이번 계약은 SK바이오팜이 수년간 추진해온 '세컨드 프로덕트'(두 번째 품목) 확보 전략을 현실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당초 목표보다 약 8개월 늦어졌지만 엑스코프리와 처방 의사·영업망을 공유할 수 있는 후기 임상 자산을 확보했다.
이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시장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검토했고 지난해에는 최종 단계까지 갔던 다른 자산의 도입을 중단했다"며 "성공 가능성이 높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10~15년 뒤까지 위치를 강화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았다"고 말했다.
오파칼림은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Kv7.2·Kv7.3 칼륨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이다. 난치성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첫 주요 결과, 2028년 두 번째 임상 결과를 확보한 뒤 이르면 2029년 미국 출시가 목표다.
오파칼림은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Kv7 활성제이면서도 GABA 수용체에 미치는 활성이 낮아 약효는 유지하면서 졸림과 어지럼증, 피로 등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줄일 가능성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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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프리가 강한 발작 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중증 환자와 뇌전증 전문의를 중심으로 처방된다면 오파칼림은 안전성과 내약성을 중시하는 환자와 일반 신경과 의사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향후 두 약물의 병용·복합제 개발과 소아·전신발작 등 적응증 확대도 검토한다.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 겸 사업개발본부장은 "30년 넘게 뇌전증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좋은 약물을 찾아 미국 시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보여줬다"며 "이제는 혁신신약을 직접 개발하거나 도입해 다양한 품목을 제공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번 계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가 구축한 150명 이상의 현지 영업조직과 주요 뇌전증센터·신경과 전문의 연결고리도 두 제품이 공유한다. 신규 영업망 구축 부담을 줄이면서 매출을 확대해 뇌전증 치료 분야의 독자적 제품군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단일 제품을 넘어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까지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Kv7 활성화제와 신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향후 질병조절치료제와 희귀 뇌전증 분야의 추가 인수·도입도 추진한다.
오파칼림 도입은 엑스코프리에서 창출한 현금을 성장자산에 재투자하는 첫 대규모 사례이기도 하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물질특허는 2032년, 오파칼림 물질특허는 2039년 만료된다. SK바이오팜은 후속특허와 특허존속기간연장 등을 통해 두 제품의 보호기간을 늘릴 계획이다.
두 제품이 장기간 현금을 창출하면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와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등 성과 도출까지 시간이 필요한 신규 분야에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추가 매출을 넘어 장기적인 신약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재무적 여유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의 경쟁 상대를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 제약·바이오기업으로 규정했다. 초기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외부 자산을 도입해 미국에서 직접 개발·판매하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 사장은 "기술수출을 통해 계약금과 로열티(경상 기술료)를 받고 다시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모델을 따를 필요는 없다"며 "SK바이오팜은 다른 리그에서 미국과 유럽의 제약·바이오텍, 특히 CNS 전문기업들과 경쟁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