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지출 줄이면 성장은 어떡하나

美 재정지출 줄이면 성장은 어떡하나

송선옥 기자
2011.08.01 18:05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연방정부 채무한도를 확대하되, 그에 상응해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부채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가 가속화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31일(현지시간) 향후 2단계에 걸쳐 연방정부 부채한도(14조3000억달러)를 최대 2조4000억달러 상향 조정하되, 같은 규모로 재정지출을 대규모 삭감하는 '부채협상' 타협안을 도출했다.

재무부가 설정한 디폴트 시한이 오는 2일이기 때문에, 미국 양원은 이틀 내로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기한 내에 양원을 통과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으면 미국은 당분간 디폴트 위협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디폴트를 막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 계획이 또 다른 우려를 불러들이고 있다. 이번 합의안으로 디폴트의 급한 불은 끄겠지만,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이 훼손될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한편, 정부지출 확대를 통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그 결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9년 3분기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 이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 약발이 사라지면서 근래 미국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연율 1.9%에서 0.4%로 대폭 하향 수정되고, 2분기 성장률도 시장 전망치(1.8%)를 크게 밑도는 1.3%에 그쳤다.

비상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이 현재의 높은 실업률(9.2%)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연율 기준으로 최소 2.5%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높은 실업률로 인해 소비 부진과 저성장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부채협상에 따른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을 맞이하게 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에서 "미국의 재정지출 삭감은 이미 부진의 늪에 빠진 미국 경제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경제가 지금처럼 나쁠 때 지출을 삭감하는 것은 큰 실책이며, 현재의 (재정지출 삭감) 계획은 미국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지켜보아 왔듯이, 그리스와 미국의 진짜 문제는 성장(Growth)"이라며 "재정지출이 삭감되면, 성장률 둔화가 즉각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쉐퍼드슨은 주요 경제국에서 길고도 고통스러운 재정지출 삭감이 시작되고 있다며 "우리는 정말로 다른 상황, '재정지출 삭감'이라는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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