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조업 노하우 공유해야"-英 경제장관

[기고]"제조업 노하우 공유해야"-英 경제장관

김성휘 기자
2011.11.01 07:00

[세계속으로]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경제부 장관

▲빈스 케이블 영국 경제장관ⓒ주한 영국대사관 제공
▲빈스 케이블 영국 경제장관ⓒ주한 영국대사관 제공

정부가 승자들을 지정하고 비효율적인 패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던 과거의 간섭주의 정책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산업정책'이라는 말이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구시대적 유물이라 생각된 이 산업정책을 다시 시행하고자 한다.

영국 제조업은 끝났다는 오해와 달리 영국은 여전히 크고작은 훌륭한 제조업체를 자랑한다. 제약업과 화학, 자동차, 우주 산업, 석유가스 산업에서 영국은 혁신으로 무장한 세계적인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제조업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2%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는 프랑스나 미국의 경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은 영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그 외 다른 산업 분야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영국의 제조업은 건재하다.

그러나 이른바 산업 정책이 활개를 치던 당시의 제조업은 지금보다 훨씬 왕성했다. 이 시점에서 보다 자율적인(light-touch) 산업 정책은 제조업을 부흥시켜 다소 침체됐던 그 위상을 높일 것이다.

자율적인 산업정책이란 우선 산업과 서비스 간의 경계가 무의미함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날 제조업체들은 번뜩이는 마케팅 전략과 디자인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산업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지적 재산 등 무형 자산인 점도 같은 맥락이다.

또 현대의 산업정책은 시장의 흐름과 함께 가야 한다. 시장 실패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간섭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간섭이나 보호주의는 EU 정책에 반하므로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간섭은 정치성이 배제된 가운데 기술전략위원회(TSB=영국 경제부 산하기관)와 같은 조직이 운영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적용된다. 이런 정신에서 영국 정부는 지역발전기금을 설립해 지역별 민간 부문 산업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녹색투자은행을 설립해 비교적 위험성이 큰 대규모 환경 프로젝트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영국의 새로운 산업 정책은 첫째, 기술이 학문적 차원에서 상업적 단계로 발전함에 맞춰 핵심 기술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장실패는 혁신 단계에서 일어난다. 영국 정부가 TSB를 통해 첨단 제조업, 세포 치료와 재생 에너지 등 3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센터를 세우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둘째 적은 양의 공공 부문 초기 자본을 더 많은 민간 투자 유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 목적은 전세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있다.

셋째 국가는 교육 및 연수 지원 의무가 있다. 전반적인 예산 삭감 와중에도 영국 정부는 제조업체들을 비롯한 중소기업 후원의 일환으로 견습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넷째 공급망의 발전이 중요하다. 자동차와 항공우주 산업에 있어서 부품 제조산업 재건에 대한 요구가 있으며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자국의 공급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돕고 있다. 환율 문제나 일본 쓰나미 재해의 여파 등이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부흥은 또한 전반적인 비즈니스 정책에 좌우되기도 한다. 유리한 세금 환경, 인프라 향상, 자금 접근성, 규제 완화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된 산업정책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영국은 이를 통해 세계 수준의 영국 제조업체를 다시 한 번 영국 경제의 중심부로 자리 잡게 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의 새로운 산업정책은 아직 미완성이다. 녹색투자은행은 아직 운영되지 않고 있고 기술혁신센터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놓으려는 노력은 활발하다. 그것이 영국 정부가 제조업 다시 보기(See Inside Manufacturing=제조업 취업 장려 정책) 캠페인을 출범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닛산이나 애스턴 마틴, 토요타, 재규어 랜드로버와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구직자들은 요즘 공장들이 괜찮은 직장이란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협력을 통해 제조업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올해 한국·유럽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영국과 한국의 교역은 더욱 크고 활발히 늘어날 전망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양국 교류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특히 영국 정부의 새로운 제조업 부흥을 위한 노력과 정책지원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 제조업 분야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한국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리= 김성휘 기자 sunn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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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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