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 신평사, 美·日·佛·유로존 등급 강등 가능성 일제히 경고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주요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무더기로 경고했다. 유로존 위기가 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평사는 23일 미국과 프랑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거론한데 이어, 24일엔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까지 끄집어냈다.
신평사들이 주요국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장을 무더기로 쏟아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마침 유로존의 위기가 주변국에서 핵심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평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피치는 프랑스 재정에 대한 특별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가 유로존 위기 구제에 대한 분담이 독일 다음으로 큰 만큼 위기가 심화되면 가뜩이나 문제인 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트리플A 등급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최근 S&P와 무디스로부터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 받았다.
피치는 또 동유럽 대표 신흥국인 터키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은 가운데 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을 상회해 거시경제 안정성에 단기 위험이 증가했다며 현 'BB+'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의회의 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로 2013년부터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이 자동적으로 삭감될 예정이지만, 의회가 자동 삭감을 방해할 경우 신용등급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도 이날 유로존이 예상대로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지면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비어스 S&P 글로벌 국가신용등급 그룹 헤드는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고 은행 자산 상태가 악화되면 유로존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리스크가 유로존 신용등급에 추가적인 강등 압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P는 24일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오가와 타카히라 S&P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사는 24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재정상황이 날마다 악화되고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이 더 가까워졌다고 말하는 게 맞지만 재정 악화가 지금까지는 점진적이라 오늘 당장 등급 강등을 단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P의 일본 신용등급은 'AA-'이며 등급 전망은 지난 4월 이후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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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신평사들이 여러 경제권에 걸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동시 다발적으로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위기의 핵심인 유로존이 사실상 리세션에 진입한 것으로 보여, 유로존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날 유럽연합(EU)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 9월 신규 주문은 지난 8월 대비 6.4% 급감했다. 이러한 낙폭은 2008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유로존의 11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6.5로 3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50선을 밑돌며, 유로존 경제활동이 이미 위축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민간의 관측도 다르지 않다. 전 세계 70개국 450여개 은행 및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는 이날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 상황이 지난달 더 악화됐다"며 "경기침체라고 보는 지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IIF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 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연간으로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